[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아이돌 그룹 멤버들 줄줄이 활동 중단
불안 증세 호소가 주된 이유
청소년기부터 무한 경쟁 환경에 노출
사회적 문제 '악플'도 큰 영향
'사생활 침해' 일으키는 사생도 근절되어야
그룹 트와이스 미나, 가수 강다니엘, 오마이걸 지호, 몬스타엑스 주헌 /사진=한경DB

그룹 트와이스 미나, 가수 강다니엘, 오마이걸 지호, 몬스타엑스 주헌 /사진=한경DB

"불안 증세를 호소해 활동을 중단합니다."

트와이스 미나, 강다니엘, 세븐틴 에스쿱스, 스트레이키즈 한, 우주소녀 다원, 이달의 소녀 하슬, 몬스타엑스 주헌, 오마이걸 지호까지.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마음의 병'이 마치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화려한 무대 위, 수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이들에게 어쩌다 불안감이 엄습하게 된 걸까.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아이돌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조건이 따라 붙는다. 컴백을 앞두고 반나절 이상 진행되는 보컬·안무 연습을 감당하기 위한 체력, 수면시간을 쪼개가며 빽빽한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인내력, 쏟아지는 다른 그룹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도전정신, 대중의 기대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자제력 등이다.

다소 가혹해 보이는 이 조건들을 종합하면 '압박감 속의 완벽함'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우리나라 아이돌 제작 시스템은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다. 각 기획사들은 캐스팅 담당 팀을 편성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하거나 학교 인근, 번화가, 주요 행사지 등에서 직접 캐스팅에 나서기도 한다. 선발된 연습생들은 소속사의 트레이닝 하에서 완성형 그룹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 무한한 경쟁을 겪는다. 월말이면 직원들 앞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가창력·안무·호감도 등등에 대한 점수를 부여 받는다. 데뷔 전부터 무한 경쟁 환경에 놓인 이들은 '선택'을 받기 위해 스스로를 가꾸고 채찍질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리상담사는 "성장기의 청소년들은 주로 친구나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진다. 이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연습생들의 경우,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표현하기에 앞서 외부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개개인의 기질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성장기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온전히 성숙할 기회를 잃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돌 멤버들 불안 증세 호소로 잇단 활동 중단 /사진=게티이미지뱅크(기사와 무관)

아이돌 멤버들 불안 증세 호소로 잇단 활동 중단 /사진=게티이미지뱅크(기사와 무관)

이에 일부 대형 소속사에서는 필요에 따라 연습생 및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권유,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있다. 바로 무분별한 '악플'이다. 실제로 그간 많은 연예인들이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해 왔고, 지난해 고(故) 설리·구하라의 사망으로 악플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악플방지법, 일명 '설리법'이 발의됐으며, 카카오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창을 폐지했다. 2월 중으로 다음 내 실시간 이슈 검색어도 사라진다.

그렇다면 악플은 과연 줄어들었을까. 아직까지 크게 체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강다니엘은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글을 수차례 올린 끝에 활동을 중단했고, 박지민은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는 악플러와 설전을 주고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이돌들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극심한 사생활 노출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미 방탄소년단 정국·뷔, 엑소 백현·수호 등 다수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사생으로 인한 답답함과 공포감을 털어놓은 바 있다.

팬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공항은 물론 숙소까지 무리하게 쫓아오는 사생이 있으면 아티스트는 그 어떤 곳에서도 편히 휴식할 수가 없다. 어떻게 알고 같은 비행기에 탑승하는가 하면, 숙소 엘리베이터 앞까지 와서 서 있거나 몰래 사진을 찍기도 한다. 심지어 택배를 몰래 뜯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나친 관심은 결코 애정이 될 수 없다. 늘 감시받는다는 기분이 들면 얼마나 스트레스겠느냐. 아티스트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는 반드시 제한되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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