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주 기자의 [너의 이름은] 33번째

▽ 넷째 알피에리 주축, 마세라티家
▽ 세계적 테너 파바로티 닮은 배기음
▽ 전기차 도입 앞두고 변화 예고
마세라티 르반떼 [사진=마세라티]

마세라티 르반떼 [사진=마세라티]

이탈리아의 슈퍼카 브랜드 마세라티는 105년이 넘는 역사를 지나오면서 차량을 수작업으로 제작, 장인 정신을 고수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 차량에 대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마세라티에도 변화의 모습이 감지된다.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마세라티가 진출한 것이다.

18일 외제차 업계에 따르면 마세라티는 오는 5월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전동화 모델을 최초로 공개한다. 프로젝트명인 'MMXX'는 로마자로 2020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MMXX 모데나 2020년 5월'이라고 적힌 티저를 공개하면서 공식화됐다.

◆ 마세라티 가문 여섯 형제로부터
마세라티 형제들 [사진=마세라티]

마세라티 형제들 [사진=마세라티]

자사 첫 전동화 모델 도입으로 105년 만에 변화를 예고한 마세라티의 브랜드명은 이탈리아의 '마세라티' 가문에서 시작됐다. 1914년 마세라티가(家)의 여섯 형제들이 이탈리아 볼로냐에 사무실을 연 것이 시초다. 그 중 레이싱 드라이버이자 기술자였던 넷째 알피에리(Alfieri)가 주축으로 회사를 꾸렸다. 당시 회사 이름은 '오피치네 알피에리 마세라티(Officine Alfieri Maserati)'로, 현 마세라티의 전신이다.

여섯 형제 중 유일한 예술가였던 다섯째 마리오(Mario)는 볼로냐 마조레 광장의 넵투누스(Neptunus·바다의 신-포세이돈) 조각상의 삼지창에서 모티브를 얻어 마세라티 로고 '트라이던트(삼지창)'를 만들었다.
삼지창 의미하는 마세라티 로고 변천사 [사진=마세라티]

삼지창 의미하는 마세라티 로고 변천사 [사진=마세라티]

1937년 마세라티 형제가 회사를 오르시 가문에 넘기며 마세라티는 대전환을 맞이했다. 이때 본사도 볼로냐에서 모데나로 옮기면서 양산차 제작을 실시한 마세라티는 1947년 '레이싱용 엔진을 탑재한 승용차'라는 콘셉트로 지금의 그란투리스모 기본 모델인 'A6 1500'을 출시했다.

1960년대부터는 8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델 개발에 전념하며 미개척 분야였던 럭셔리 스포츠 세단 시장에 진출, 첫 번째 4도어 세단 콰트로포르테를 공개했고 1966년에는 기블리를 출시했다.

1997년에는 피아트 계열사인 페라리에 소유권이 넘어갔고 이 때부터 마세라티는 종전의 각진 디자인에서 부드러운 곡선의 디자인으로 변화를 단행했다.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마세라티와 페라리는 파트너십을 통해 이탈리아를 슈퍼카 강국으로 끌어올렸다.

2013년에는 6세대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가 출시됐고, 2014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콘셉트카 알피에리를 선보이며 회사 창립 100주년을 기념했다. 마세라티는 브랜드 최초의 SUV인 르반떼를 201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이후 초고성능 슈퍼 SUV 르반떼 GTS와 르반떼 트로페오를 잇따라 출시했다.

하이퍼포먼스 럭셔리카를 상징하는 마세라티는 페라리 공장에서 마세라티만을 위해 독점 제조·수작업으로 조립되는 V6와 V8 엔진을 장착한 고성능 모델을 생산한다. 모든 모델은 차량 전후 무게를 50:50으로 완벽하게 배분해 동급 차량 대비 가장 낮은 무게 중심을 구현한다.

◆ 예술로 승화시킨 배기음
파바로티와 3세대 콰트로포르테, V8 엔진 [사진=마세라티]

파바로티와 3세대 콰트로포르테, V8 엔진 [사진=마세라티]

마세라티는 엔진 배기음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첫 브랜드로 인정받는다.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음은 본사에 엔진사운드 디자인 엔지니어와 튜닝 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를 자문위원으로 초빙해 배기음을 조율한다. 위원들은 '작곡'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배기음에 각별한 공을 들인다.

마세라티의 엔진음은 이탈리아가 배출한 세계 최고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도 인연이 깊다. 1984년 마세라티가 본사를 파바로티의 고향인 모데나로 옮기면서 그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마세라티의 열렬한 마니아가 된 파바로티는 직접 본사에 방문해 사운드가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보며 참여도 했다. 당시 사람들은 마세라티와 파바로티와의 만남 자체를 '역사적'이라고 표현했다. 마세라티의 치솟는 배기음이 파바로티의 고음 파트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그 이유다.
최근 친환경 차량에 대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마세라티에 변화의 모습이 감지된다.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마세라티가 진출한 것이다. [사진=마세라티]

최근 친환경 차량에 대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마세라티에 변화의 모습이 감지된다.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마세라티가 진출한 것이다. [사진=마세라티]

마세라티는 배기음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지금도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부터 일본 시즈오카에 있는 사운드디자인라보합동회사, 주오대 음향시스템 연구실과 함께 '엔진음 쾌적화 프로젝트'라는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의 엔진음과 5가지 바이올린의 소리를 각각 피실험자에게 들려주고 심박 수, 혈류량 등을 측정하며 배기음을 조율한다. 실제로 콰트로포르테의 엔진음과 가장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낸 바이올린은 '전설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였다.

전기차는 배기음이 없어 앞으로는 일정 음량 이상의 소음 탑재가 의무화된다. 때문에 마세라티는 전기차 출시를 목전에 두고도 배기음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프로젝트명인 'MMXX'는 로마자로 2020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MMXX 모데나 2020년 5월'이라고 적힌 티저를 공개하면서 공식화됐다. [사진=마세라티 트위터 캡처]

프로젝트명인 'MMXX'는 로마자로 2020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MMXX 모데나 2020년 5월'이라고 적힌 티저를 공개하면서 공식화됐다. [사진=마세라티 트위터 캡처]

마세라티의 첫번째 전기차는 기존 그란투리스모의 후속 제품이며, 2014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알피에리의 양산 모델일 가능성이 높다. 고압 배터리를 적용해 최고출력 400~500마력, 최고 속력은 시속 300㎞에 달하는 이탈리아산 슈퍼 전기차의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배기음 사운드 디자인에 메르세데스-벤츠 AMG, BMW M 등 세계의 명차 브랜드들이 도전하는 가운데 마세라티가 어떤 배기음으로 전기차 시장을 이끌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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