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임팩트

이상일·최승범·박창수 지음
한국경제신문 / 276쪽 / 1만6000원
재활용이 가능한 폴리프로필렌으로 바꾼 큐리그 캡슐커피 K-CUP.  큐리그 홈페이지

재활용이 가능한 폴리프로필렌으로 바꾼 큐리그 캡슐커피 K-CUP. 큐리그 홈페이지

미국 캡슐커피 회사 큐리그는 2014년 한 해만 47억달러(약 5조4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캡슐커피 기계를 저가로 공급하는 마케팅 전략이 적중했다. 하지만 캡슐커피의 폭발적인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플라스틱 필터와 알루미늄 박피로 만들어지는 용기가 재활용할 수 없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큐리그의 매출은 급감했다.

[책마을] 사회문제에서 사업 기회 찾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미국 의류 유통회사 엘엘빈은 2017년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창업주의 손녀인 린다 빈이 2016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자의 선거 캠페인에 3만달러(약 3500만원)를 기부했다는 소식이 퍼져서다. 트럼프가 “당신이 보여준 지지와 용기에 감사를 표한다”고 올린 트위터 글은 도리어 불매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소셜 임팩트》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평판, 즉 ‘소셜 임팩트’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는지, 이런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리서치회사인 입소스코리아의 이상일 컨설팅본부장과 최승범 수석컨설턴트, 박창수 민트연구소장이 함께 썼다.

지난해 7월 입소스코리아의 ‘소셜임팩트 국민의식 및 사회적 신뢰 브랜드’ 조사 결과, 설문 대상자의 82.8%가 ‘제품을 구매할 때 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과거엔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기능적 혜택’을 주는 것에 몰두했다.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선보이면 좋은 회사, 훌륭한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그다음은 ‘감성적 혜택’이 중요했다. 소비를 통해 얻는 개인적 만족감으로 기업이나 브랜드를 평가했다. 이젠 ‘사회적 혜택’이 핵심이다. 사람들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호하고 소비한다.

테슬라는 탄소 배출량 감소라는 문제를 비즈니스의 기회로 인식해 전기차를 개발했다. 유니레버는 친환경 원료 사용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비즈니스 목표 자체를 ‘소비자가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맞췄다. 환경뿐 아니라 다음 세대와 소외된 사람들이 사회적 혜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무슨 활동을 하고 어떤 성과를 내는지 평가한다. 큐리그와 엘엘빈 외에 다양한 사례를 통해 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화되면서 어떻게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집단적으로 평가하고 공유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들은 “이런 집단행동이 매번 합리적인 것은 아니며 소셜 임팩트의 영역에서 ‘잘못된 선동’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걸러지고 정화되면서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만 살아남고 확산된다”고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사회적 평판은 두 가지 의미로 구성된다. 조직과 지역, 세계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력과 지속가능성이다. 기업에 소셜 임팩트는 ‘사회문제 자체를 비즈니스 기회로 인식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매 순간, 세계적으로 이뤄진다. 마케팅을 벌이고 사회공헌 활동을 늘리는 정도가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의 시대에 대응하는 방법은 기업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뿐”이라고 책에서 강조하는 이유다.

‘목적의 역설’이라는 대열에 합류한 기업들의 사례가 와닿는다.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는 최근 중고 가구 사업을 시작했다. 버리는 가구나 재료를 다듬어서 다시 팔아 순환형 친환경 회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세탁세제를 판매하는 P&G는 친환경 세제를 만드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세탁 전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최소화하는 세탁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새 가구를 파는 회사가 헌 가구를 사들이고, 세제를 파는 회사가 세제 사용을 줄이는 대신 세탁을 해주는 방식으로 ‘출구’를 찾아가고 있다.

기술 수준이 보편화되면서 시장의 경계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책은 기업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넘어 기업이 존재하는 ‘목적’이 사회에 유익한지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더 싼 제품 생산에 골몰하고 새로운 기능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집착하는 기업들에 책은 묻는다. “과거의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에도 생존할 수 있을까.”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