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함정

데이비드 롭슨 지음 / 이창신 옮김
김영사 / 432쪽 / 1만7800원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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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추리 소설 《셜록 홈스》는 영어권 문학 역사상 가장 널리 읽히는 작품 중 하나다. 긴장감 넘치는 다양한 사건의 배치, 냉철하고 치밀한 분석 능력을 갖춘 캐릭터 덕분이다. 이 작품을 쓴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의사 출신으로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매우 이성적일 것 같은 도일은 ‘심령론’에 심취했다. 심령론은 1900년대 들어 런던 상류층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도일은 1주일에 5~6일씩 심령 모임에 참석할 만큼 빠져 있었다. 자신의 아내에게도 초자연적 능력이 있다고 믿었으며, 어린 학생들이 장난삼아 만든 요정 사진을 보고선 심령 현상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증거라고 여겼다. 그토록 똑똑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믿음을 갖게 된 것일까.

[책마을] 헛똑똑이들은 자신만의 직관과 감정에 의존한다

《지능의 함정》은 지능이 높은 사람이 오히려 비합리적인 사고를 하거나 어리석은 실수를 하게 되는 이유를 분석하고, 이를 바로잡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영국 BBC에서 의학전문 기자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롭슨이 썼다.

1993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미국 생화학자 캐리 멀리스도 도일과 비슷한 함정(?)에 빠졌다. 멀리스는 자신이 외계인에게 납치됐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빈약했다. 낯선 존재가 다가와 인사를 했는데 그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개인뿐 아니라 조직도 비슷한 실수를 하곤 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04년 192명이 죽고 2000여 명이 다친 마드리드 폭탄 테러를 조사하면서,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았다가 굴욕적인 사과를 해야 했다.

사람들이 ‘지능의 함정’에 걸리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논리 차단실’을 세워 스스로를 가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자신만의 세계관에 갇힌 사람은 자기가 정한 목적에 결론을 맞춘다. 그 논리가 가진 오류는 외면하는 성향도 강하다. 자신만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판단해 타인의 의견은 쉽게 무시한다.

저자는 이런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선 ‘증거 기반 지혜’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증거 기반 지혜는 자신만의 단정과 직감을 의심하고 관련 증거를 모두 감안해서 사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 나침반’ ‘소크라테스 효과’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면 좋다. 감정 나침반은 자신의 느낌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그 감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이른다.

저자는 “면접관이 지원자를 처음 봤을 때 날씨가 안 좋으면 그 지원자를 뽑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자신이 가진 직감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내야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크라테스 효과’는 다른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내 문제를 어린아이에게 설명한다고 상상하면서 나와 거리를 두고 제3자가 돼 나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적 겸손도 갖춰야 한다. 자기 판단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저자는 “특히 조직의 리더라면 자만하지 말고 지적 겸손을 겸비해야 한다”며 “균형 잡힌 지혜로운 사고 능력은 지능과 달리 배우고 노력하면 향상된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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