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
[책마을] '사지선다형 인재'…AI시대엔 無쓸모

미국 모토로라는 1980년대 대만과 필리핀에서 반도체를 위탁생산했다. 필리핀 업체들은 2000년대 들어서도 조립만 계속한 데 비해 대만 업체들은 설계까지 하면서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가 됐다. 교육훈련을 받은 인적 자본(인재)이 있느냐 여부가 두 나라의 차이를 갈랐다. 한국은 미국에서 인재들을 적극 불러들여 반도체 강국이 됐다.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분야의 첨단기술을 통합적으로 활용해 혁신을 일으키는 인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 교육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은 교육공학자 폴 김, 국제개발협력가 김길홍, 인간사회개발 디렉터 나성섭, 인문학자 함돈균 등 4인의 전문가가 한국 사회의 문화와 교육, 미래에 대해 나눈 대화록이다. 이들은 “급변하는 세상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려면 혁신이 필요하다”며 “그런 혁신은 교육을 바꾸기 이전에 문화를 재정비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이런 ‘문화 재정비’를 ‘컬처 엔지니어링’이라고 명명했다. 이어 “인공지능 시대에는 더 이상 ‘주어진 보기에서 정답을 찾는’ 한국식 교육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가오는 변화의 시기에는 매뉴얼은 쓸모없어지기 때문에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지구촌 사회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공공의식, 인권 감수성 같은 세계 시민의식도 필요하다”며 외국 사례를 든다. 핀란드는 팀워크 중심의 교육, 공공선의 개념을 초등학교 때부터 강조한다. 네덜란드는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국제비즈니스를 고등학교 때부터 가르친다. 미국은 이민정책을 통해 각국에서 최고의 인재들을 유치한다. 다양한 배경의 인재가 모이면 사고와 학제 간 이종교배와 협력을 통해 융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저자들은 “이들 국가의 교육 시스템은 ‘통섭형’과 ‘개방성’을 화두로 내건다”며 “우리도 다양성과 포용성을 앞세워 다른 인종, 다른 학문과의 소통과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아시아, 256쪽, 1만5000원)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