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다. 영화 '기생충' '헤어질 결심',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K팝 아티스트들도 글로벌 무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뜨거운 K컬처 열풍에 해외에서도 그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K컬처 트렌드 2023>은 K컬처에 관한 국내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담은 책이다. 정민아·이현경·이용철 영화평론가, 김영대 음악평론가, 고윤화 음악사회학연구자, 정명섭 소설가, 조일동 문화인류학자, 고규대·김성훈 기자 등 9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K컬처가 왜 세계인의 언어가 되었는지, 글로벌 MZ 세대는 K컬처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분석하고 예측한다. 책은 흥행 비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코로나 확산 이후 콘텐츠 시장엔 다양한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엔 여름 대작들이 흥행에 잇달아 실패하며, 관객들은 더 많은 기대작과 화제작들을 만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의 인기는 높지만, 갈수록 잔인해져 우려를 낳고 있다. 저자들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개선할 방안을 모색한다. 이밖에 2023년 세계 경제가 한국 콘텐츠 산업에 미칠 영향,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인한 영향 등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분석한다.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말러·우리에게 다가온 러시아 오페라 ▲ 아르헤리치의 말 = 마르타 아르헤리치·올리비아 벨라미 지음. 이세진 옮김.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81)와 프랑스의 음악 저널리스트 올리비에 벨라미가 2004년부터 2019년까지 한 네 차례의 인터뷰와 구술을 정리했다. "삶을 부딪치면서 발견하고 싶었다", "좀 재미있지만 너무 우스꽝스럽지는 않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 등 아르헤리치의 팬이라면 공감할 만한 말들이 많다. 저자인 벨라미에 따르면 아르헤리치는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고, 남의 재능을 찾아주고 응원하기를 좋아하며, 자신과 함께 살다가 헤어진 남자들에 대해서 한없이 관대하고, 늙어서도 다른 음악인들과 모여 살기를 꿈꾼다. 1980년대 중반부터 화려한 커리어의 독주자의 길보다 실내악 협연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아르헤리치는 "외로워서"라고 답한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무대에서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이는 그녀에게 나이 듦은 곧 선물과도 같다. "예전보다 낫다는 말을 곧잘 들어요. 내가 옛날에 녹음한 음반을 들으면 뭔가 좀 '신랄한' 느낌이 들어요. 지금은 더 둥글둥글하고 감싸는 느낌이죠." 마음산책. 280쪽. ▲ 말러 = 노승림 지음.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이자 대학에서 문화정책을 강의하는 저자가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궤적을 따라 여행하며 말러의 삶과 예술세계를 꼼꼼하게 살폈다. 말러가 묻힌 오스트리아 빈 외곽의 그린칭 묘지에서는 말러가 평생을 매달린 죽음이라는 주제를 사색하고, 말러가 전성기를 보낸 빈에서는 그가 유럽의 음악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자리에서 어떻게 분투했는지를 짚는다. 말러와 함
<모르페우스 출근하다>(밥북)는 김지홍 시인의 첫 시집이다. ‘다시 4월 봄비’ ‘모르페우스 출근하다’ 등 근작부터 ‘시간의 침묵’ 연작, 80년대 ‘우리 시대의 사랑과 절망과 자유와 진보와 보수와 통일’에 대해 생각하던 청년 시절의 시까지 60여 편을 담았다. 시인의 말에 따르면 ‘미련해서 미련 때문에’ 버리지 못한 시들이다. 시인이 버리지 못한 시들에는 삶의 고통, 부채감을 견디는 태도가 드러난다. “일용할 한 줌 희망을 사려고 시장에 갔습니다 좌판에 내팽겨쳐진 고통 한 바구니로는 택도 없었어요 엘뤼아르 씨의 흰 빵은 진즉 다 팔렸고 도스토옙스키 선생네 시든 파 세 뿌리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모두 어림없습니다 시간을 탕진한 자 얼마나 더 만근의 바윗돌을 옮겨야 할까요 나훈아 씨네 홍시 하나 달랑 들고 왔습니다”(죄 많은 사람) 시간을 탕진한 자는 바로 살아 있는 자. 고통 한 바구니 사서는 택도 없는 만근의 바윗돌을 옮겨야 한다. 일용할 한 줌 희망을 사려고 하지만 위대한 시인과 소설가의 좌판은 텅텅 비었거나 시들어 찾는 사람 없고 잘 익은 홍시 같은 유행가로 위안 삼을 뿐이다. 삶을 응시하는 시인의 시선은 지금 여기에서 곧잘 우주의 시간으로 확장한다. “종로2가 맥도널드 앞에서, 8시 17분을 가고 있었다/8시 17분 저 건너에서 X1과 X2, X3/X떼가 펄럭이며 왔고… 머물고 있으므로 꿈꾸는,/살다 보면 장엄하게 우주의 시간으로 날아가는/8시 17분도 있을까…”(시간의 침묵 1) 자본주의가 창안한 효율적 사업 모델인 프랜차이즈 매장 맥도널드에서 시급으로 환산되는 8시 17분은 하나의 &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