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껏 몰랐던 신화의 비밀, 명화의 비밀


▲ 돈의 정석 = 찰스 워런 지음, 김희정 옮김.
돈의 본질과 역사에서 발행·유통 과정, 통화 정책, 국제 금융에 이르기까지 돈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간략히 정리했다.

1원이 구화폐 100원 가치를 지니는 신화폐를 발행하면서 신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구화폐 양을 제한함으로써 구화폐를 많이 보유한 사람의 재산을 휴짓조각으로 만들어버린 북한의 화폐개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약 6년간 거의 3조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한 사례를 대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정부 정책에 따라 있던 돈이 휴지가 되기도 하고 없던 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설명을 하기 위해서다.

'돈은 신뢰를 기초로 해 만들어진다', '사람들의 행동 방식이 돈의 가치를 결정한다', '돈은 계산 단위, 가치 저장, 교환 수단의 역할을 한다'와 같은 설명은 대학의 경제학개론 교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가와 통화정책, 신용대출과 금융위기, 중앙은행의 업무와 역할, 환율과 세계금융 시스템 등 제법 전문적인 분야도 다루지만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는 생략하고 일상의 언어로 설명하기 때문에 대학 화폐금융론 강의보다는 부담 없이, 재미있게 소화할 수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조가비 화폐, 남북전쟁에서 북부의 승리를 뒷받침한 '그린백' 화폐, 금본위제의 붕괴 과정 등 돈을 둘러싼 흥미로운 역사와 2008년 금융위기에서 일본의 장기침체와 유로의 위기, 미·중 통화전쟁, 비트코인은 화폐인가 등에 이르는 현대의 쟁점도 다룬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록펠러센터 공공정책 교수이자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벌거벗은 경제학', '벌거벗은 통계학' 등 경제 분야를 알기 쉽게 설명한 '벌거벗은 시리즈'를 써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책도 원제는 '벌거벗은 돈(Naked Money)'이다.

부키. 552쪽. 1만8천원.
[신간] 돈의 정석· 철학, 장애를 논하다
▲ 철학, 장애를 논하다 = 크리스트야나 크리스티안센 등 엮음, 김도현 옮김.
'장애학(Disability Studies)'이란 1980년대에 영어권 국가들에서 본격 등장한 신생 학문이기도 하거니와 주로 사회학이나 사회정책학, 사회심리학, 문학, 교육학 등의 영향을 받았을 뿐 철학의 역할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2009년에 편찬(원서 기준)된 이 책은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국적을 지닌 학자들이 모여 철학이라는 이름을 걸고 철학 전반의 시야에서 장애를 다룬 최초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현상'으로서 장애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현상의 본질과 과학적 지식의 관계는 무엇인지를 논하는 형이상학적 접근, 자유·평등·정의 같은 개념들이 장애와 관련해 어떻게 재해석돼야 하는지를 초점으로 삼는 정치철학적 접근, 장애 관련 법률과 의료적 담론 등을 다루는 윤리학적 접근으로 구성됐다.

이 책에서 전개하는 장애에 대한 논의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모리스 메를로-퐁티와 존 롤스에서 악셀 호네트와 조르조 아감벤에 이르기까지 대중에도 낯익은 현대 철학자들의 이론 및 개념과 조우한다.

그린비. 528쪽. 2만9천원.
[신간] 돈의 정석· 철학, 장애를 논하다
▲ 우리가 지금껏 몰랐던 신화의 비밀, 명화의 비밀 = 제라르 드니조 지음, 배유선 옮김.
그리스·로마 신화를 다룬 명화들을 분석적으로 설명해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감상하도록 도와준다.

신화를 다룬 그림은 신화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담기도 하고 독특한 회화적 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신화와 회화 양쪽을 다 이해해야 한다.

예술사학자인 저자는 서기 10년경 폼페이 벽화에서 라파엘로, 브뤼헐, 카라바조와 같은 르네상스 화가들을 거쳐 20세기 피카소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아우르는 신화 그림들을 골라 소재가 된 신화의 줄거리와 의미, 제작과정 등을 설명한다.

이에 더해 그림에 담긴 회화적 장치와 기법 등을 부위별로 쪼개 상세히 드러낸다.

예를 들어 라파엘로의 '삼미신(三美神)'에서 세 여신 머리 위치는 고대 건축물의 기둥과 지붕 사이 구조물인 프리즈에서 머리 높이를 똑같이 맞추는 '이소케팔리' 기법을 계승했고 전체적으로 종합적인 원근법을 구사했으며 발놀림은 상부의 프리즈 구조와 대칭을 이루도록 했다는 식이다.

생각의길. 324쪽. 2만2천원.
[신간] 돈의 정석· 철학, 장애를 논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