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참여형 공연 '위대한 개츠비' 국내 초연
관객들 복고풍 차림으로 파티 즐기고 공연에 참여
'개츠비 맨션'에서 펼치는 흥겨운 댄스파티 그리고 비극
"함께 오셨나요? 이름이 어떻게 되죠? 무슨 일 하세요?"
'개츠비 맨션' 아래 1층 대기실에 들어서자 멜빵 바지 차림에 헌팅 캡(사냥 모자)을 쓴 남자가 카운터 너머에서 질문을 쏟아낸다.

순간 '뭐지?'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남자는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에서 조지 윌슨을 연기하는 배우다.

그는 나중에 개츠비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서 관람객과 배우들이 대화를 나눈다.

관객참여형 공연을 즐기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워밍업인 듯하다.

2층 '개츠비 맨션' 문이 열리자 그곳에서는 술잔을 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파티를 즐긴다.

1920년대 배경 영화에나 나올 법한 복고풍 옷을 입은 사람도 꽤 눈에 띈다.

한쪽 바에서 칵테일 한 잔을 주문해 들고 파티 복판으로 걸어 들어갔다.

'개츠비 맨션'에서 펼치는 흥겨운 댄스파티 그리고 비극
F. 스콧 피츠 제럴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위대한 개츠비'는 무대나 객석이 따로 없고 관객이 극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2015년 영국의 작은 펍을 개조한 공연장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장기 흥행 중이다.

관객은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개츠비가 마련한 파티 초대 손님이 된다.

배우들로부터 찰스턴 댄스(192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춤)를 배워 발을 앞뒤로 옮겨가며 신나게 군무를 추고, 배우들이 불쑥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거나 극의 등장인물이 되어 연기한다.

개츠비와 데이지의 재회 장소를 세팅하는 등 극 진행에 필요한 특별 임무가 주어지기도 한다.

기자는 데이지 역할이 주어진 낯선 여성 관객과 개츠비를 연기했다.

전 골프 선수인 조던 베이커를 연기하는 배우가 5년 전 개츠비와 데이지의 데이트 목격담을 들려주는 장면에서 돌연 기자와 이 여성 관객을 지목했다.

관객들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조던 베이커 말에 따라 둘은 연인처럼 손을 맞잡고 은근한 눈빛을 교환해야 했다.

'개츠비 맨션'에서 펼치는 흥겨운 댄스파티 그리고 비극
극은 파티가 열리는 중앙 무대에서만 진행되지 않는다.

중앙 무대 뒤편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비밀의 방 3개가 있다.

배우들을 따라 방에 들어가면 캐릭터들이 서로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펼쳐진다.

즉 중앙 무대에서는 극 뼈대를 이루는 이야기가 전개되고, 각 방에서는 인물들 내면이나 비밀을 엿볼 수 있다.

극은 연회장과 방 세 곳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된다.

한 장소를 선택하면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은 알 수 없다.

또 비밀의 방에는 인원 제한이 있어 원한다고 모두가 갈 수 없다.

배우가 요청할 때 빨리 따라갈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 극이 끝날 때까지 연회장에만 있을 수도 있다.

지난달 9일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에이미 번즈 워커 협력연출이 "관객이 오픈 마인드로 캐릭터의 초대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재미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 관람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혼자보다 친구, 연인과 함께 찾으면 더 재미있게 즐길 만한 공연이다.

파티에 초대된 손님처럼 복고풍으로 차려입으면 주인공이 된 듯 극에 더 쉽게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달 28일까지 을지로 그레뱅뮤지엄 2층 개츠비맨션에서 공연한다.

'개츠비 맨션'에서 펼치는 흥겨운 댄스파티 그리고 비극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