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고대문명 요람?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

서구 중심 사관 깨뜨린 쑨룽지 책 '신세계사1'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이집트 문명, 황하 문명은 세계 4대 고대문명이다.

이 문명들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인더스강, 나일강, 황허(黃河) 등 강 주변에서 각각 꽃을 피웠다.

"
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배운 지식이다.

그런데 정말 고대문명은 강 주변에서만 태동했을까.

당시 다른 지역에는 문명이라고 지칭할 만한 문화체계가 존재하지 않았을까.

역사학자 쑨룽지(孫隆基)는 신간 '신세계사' 첫 책에서 "4대강 유역에서 문명이 기원했다는 설은 너무 깊이가 없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대하(大河) 유역 요람설'은 고대 아메리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논박한다.

그는 이른바 4대 문명은 무엇보다 시대적으로 짝이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은 기원전 3200년쯤 시작됐으나, 중국 상나라는 기원전 1600년 무렵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상나라 건국 시기에는 시베리아에도 청동기 유물이 출현했다.

저자는 4대 문명설에 대해 "인류 문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며 오히려 문명 기원 형상을 모호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문명이 비옥한 토지가 있는 농경 지대에서만 싹을 틔웠다는 견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중국 충칭(重慶)에서 출생한 저자는 홍콩에서 성장해 대만에서 대학을 다녔고, 미국 유학에서 러시아사와 동아시아사를 공부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여러 지역 역사를 공부한 이력을 바탕으로 세계사를 새롭게 집필했다.

서구 중심주의적 사관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역사를 보고, 역사학뿐만 아니라 고고학, 지질학, 고생물학 연구 성과를 반영해 기술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역대로 페르시아·그리스 전쟁은 죄다 그리스 입장에서 쓰였고, 전통적인 세계 근대사의 역점은 서양의 굴기에 있었다"면서 해양과 대륙의 상호 작용에 주목하고 중국과 인도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 했다고 적었다.

또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동아시아사를 의식했지만, 한족 중심의 문명 기원론은 매섭게 해체하려 했다고 밝혔다.

저술 취지에 맞게 선사시대부터 로마제국 카이사르 죽음까지 다룬 1권은 중남아메리카 고대문명과 오세아니아 문명을 소개하고, 기존 4대 문명의 명암을 분석했다.

아울러 고대 그리스에서 아테네 황금시대는 동맹국 자원 착취를 통해 이뤄졌고, 예수 강림이 세계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인식은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사는 3권으로 구성되며, 대만에서 2권까지 출간됐다.

흐름출판. 이유진 옮김. 632쪽. 4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