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올해 K5 GT와 스팅어FL(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을 연이어 선보인다.

외제 스포츠차가 주도했던 고성능 시장에서 토종 계보를 써내려가는 차량들이다. 전반적 자동차 업계 침체에도 고성능차 시장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는 점이 공략 지점이다.

◆ K5 고성능 버전 K5 GT 막바지 담금질
3세대 K5 전면부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3세대 K5 전면부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미국법인은 최근 K5 GT에 대한 사양을 공개했다. 3세대 K5에는 신형 2.5리터 스마트스트림(Smartstream) 터보엔진이 장착, 최고 출력 290마력에 최대 토크 42kgf.m의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K5 최초 4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져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시간을 의미하는 제로백이 6.6초에 불과하다.

디자인에서도 일부 변경이 감지됐다. 전면부를 더욱 날렵하게 다듬어 스포티 감성을 배가시켰고 19인치 알루미늄 휠이 기본 탑재될 예정이어서 웅장함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는 기존 3세대 K5에서 약간의 변형을 준 운전대와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10.25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 운전자 주의 경고 등의 첨단 주행 보조시스템도 대거 탑재될 예정이다.

K5 GT를 통해 고성능차를 강화하려는 기아차의 전략은 네이밍 전략에서 명확해진다. 기아차는 그동안 고성능 모델에 'GT'라는 이름를 부여했다.

◆ 단종설 극복한 스팅어 페이스리프트
기아자동차 스팅어 [사진=한경 DB]
기아자동차 스팅어 [사진=한경 DB]
K5 GT에 이어 오는 7월에는 스팅어FL(프로젝트명 CK PE)이 출시된다. 단종설이 유력하던 상황을 극복한 만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연간 생산 목표 대수는 6만대다.

2017년 5월 처음 등장한 스팅어는 그동안 국내에서 보지 못했던 디자인에다 후륜 구동 기반의 스포츠 세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상당한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출시 당시 3.3L 터보 모델의 제로백이 4.9초로 찍히면서 국산 자동차 최초로 5초 벽을 깼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도에 비해 판매량이 저조했다. 국내의 경우 출시 첫해 월평균 판매 1000여대를 유지했지만 2018년 하반기부터 700여대로 떨어졌고 지난해 300여대 수준에 머물렀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북미 시장에 진출한 2017년 하반기 843대를 판매했고 2018년 1만6806대를 팔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3분기까지 9435대를 파는데 그치며 판매량이 전년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기아차 전체 승용차 중 가장 저조한 판매량이다.

기아차는 스팅어의 상징성이 큰 만큼 단종 대신 페이스리프트 출시를 결정했다. 그동안 디자인에서는 뛰어난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엔진만 교체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스팅어FL도 K5 GT와 마찬가지로 스마트스트림 엔진을 장착한다. 2.5T와 3.5T 두 가지 가솔린 엔진 탑재가 유력한 상황이다. 2.5T 엔진은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3.0㎏·m이며, 3.5T 엔진은 380마력, 54.0㎏·m의 성능을 지녔다.

◆ 점점 커지는 고성능차 시장
3세대 K5 후면부 [사진=기아자동차]
3세대 K5 후면부 [사진=기아자동차]
기아차가 두 모델을 통해 고성능차 기반을 다지려는 배경은 수익성과 연관이 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고성능차 시장 규모는 7000여대로, 전년대비 약 2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차인 AMG는 최근 3년간 연 2000대 이상, BMW의 고성능인 BMW M도 연 1000대 이상 준수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양사는 올해 고성능차 판매량 목표를 전년대비 10% 높였다.

독일 자동차 위주였던 고성능차 시장은 현대차 N의 합류로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게다가 2017년 스팅어, 2018년 K3 GT로 고성능차 시장 공략에 나섰던 기아차가 올해 K5 GT와 스팅어FL를 투입해 전체 볼륨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능차는 튜닝 업계와의 시너지도 큰 시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자동차 튜닝 활성화 대책'과 관련해 소량생산자동차 규제완화, 전문인력 양성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상반기 중으로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 튜닝 업계와 더불어 고성능차 시장의 확대 속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를 잘 아는 일부 마니아들로만 타깃을 한정하는 건 오히려 고성능차 시장을 위축시키는 일"이라며 "K5는 이미 국내에서 너무나 잘 알려진 모델이고, 스팅어도 인지도가 높아 두 모델을 중심으로 한 기아차의 고성능차 전략은 일반 대중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