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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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에 대한 배려는 어디까지 해야 할까. 20대 여성 A 씨는 외식하러 갔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와 함께 새해맞이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간 A씨. 유명 음식점에 들어가려니 벌써 대기인원들이 많았다.

A 씨는 9번째쯤이었다. 저녁시간이 지나가니 슬슬 자리가 빠질까 싶어 대기석에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 목을 빼꼼히 내놓고 다른 손님들이 나가기만을 학수고대했다. 무릎이 아픈 어머니셨지만, 이 음식점이 TV에도 나왔던 맛집인 터라 기대를 하며 함께 기다렸다.

A 씨 다음 순서로 들어온 부부가 있었다.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A 씨에게 대뜸 "아내가 임신 중"이라며 "자리 좀 양보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순간 어이가 없었다. 뒤에 줄 서 있던 임신부는 아직 배가 안 나온 상태였고 핑크색 임산부 배지도 없었다. 임신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A 씨 어머니는 "이게 무슨 소리냐"며 "여기가 무슨 지하철이냐, 버스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우리한테 그런 말을 하냐"고 따졌다.

임신부의 남편은 "여기 줄 서계신 분들 중에 A 씨가 가장 젊은 분인 것 같아 부탁드려 봤다"며 자리를 떠났다.

그러더니 그는 대뜸 카운터로 가서는 "우리 와이프가 임신 중인데 대기 순번 좀 맨 앞으로 해줄 수 없냐"고 당당히 묻는 것이었다.

음식점 사장이 "죄송하다"며 "다른 어르신들도 다 기다려주셔서 그렇게는 안되겠다"고 거절했다.

임신부는 남편에게 "여보 그냥 가자, 여기 짜증 나네. 임산부에 대한 배려도 할 줄 몰라"라며 불같이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음식점 앞에서 대기하던 열댓 명의 손님들은 이 광경을 목격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음식점 사장은 "나도 별꼴 다 본다"라며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 하더니 손님들에게 "소란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글을 접한 이들은 대기석 양보까지는 응당 배려 받아야 할 부분이지만 대기 순번을 조정하려 하는 것은 다른 형태의 '갑질'이라는 의견을 보냈다.

네티즌들은 "만삭이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보할 텐데, 표시 안 나는 임산부는 정말 곤란하다. 외출할 때 배지라도 달면 좋겠다", "그렇게 서있기 힘든데 식당까지 어떻게 왔나 모르겠다", "임신부 부부가 오버한 듯", "그렇게 앉을 자리가 필요하면 남편 혼자 줄 서있고, 임신한 아내는 편한 곳(카페)에서 쉬면 되지 않나", "대한민국 임산부들 욕 먹이는 짓 했다", "대기 의자 정도는 양보해 줄 수 있지만, 음식점 입장 대기순번 바꿔달라는 건 임신 유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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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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