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고성=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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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의 첫 새벽, 고깃배 한 척이 강원 고성군 명파마을 앞바다에 떠 있다. 우리나라 최북단 마을의 어부는 붉게 물든 아침 하늘을 바라보며 올해는 늘 만선의 행운만 계속되길 기원한다. 갈매기들이 어부의 새해 첫 조업을 축하라도 하듯 끼룩끼룩 배를 따라나섰다.

어부들은 욕심이 없다.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데 누구와 싸울 일도, 누구를 속일 일도 없다.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 스스로 일한 만큼 수확한다. 태풍이 잦거나 수온이 변해서 어획량이 줄어든다 해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언젠가 물고기떼가 다시 돌아오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할 뿐이다.

늘 작은 배를 타고 넓디넓은 바다에 나가 있기 때문에, 어부는 뭍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알아차린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우고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그러다 보니, 마을의 분위기도 함께 가라앉았다. 어부는 새해 모든 사람들이 명파마을의 어부들처럼 마음을 비우고 서로를 둥글게 바라보기를 기원할 뿐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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