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영인·정이현·정혜윤 심사위원
왼쪽부터 서영인·정이현·정혜윤 심사위원
수필 부문에는 총 391편의 작품이 응모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글쓰기의 욕망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놀랍고, 한편으로 반가웠다.

이런 욕망이 좋은 수필을 쓰는 데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물론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은 소중하기 그지없고, 그 인생을 반추하고 회고하고 정리하면서 얻는 기쁨과 깨달음은 글쓰기의 가장 큰 보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만으로 수필은 완성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응모작이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는 점이,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타인을 새겨 넣지 못한다는 점이 심사 과정에서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세 명의 심사위원이 응모작을 나눠 읽고, 그중 본심에서 논할 만한 작품을 추렸다. 최종적으로 논의된 응모자는 김영옥, 고안나, 조혜은이었다. 김영옥의 ‘인간 모루, 깜씨’는 ‘깜씨’라는 인물의 형상화가 돋보였다. 그러나 ‘깜씨’라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인물이 화자의 자기중심적 서술 때문에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마지막까지 남은 응모자는 고안나와 조혜은이었다. 고민 끝에 심사위원들은 조혜은의 ‘새’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한 편의 글을 완성시키는 솜씨나 문장의 유려함 등에서 고안나의 ‘어떤 접속사도 없이 나는 웃을 것이다’나 ‘우리 지금 뭘 먹고 있는 거지?’도 좋았지만, 모두 대상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나 시선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새’는 상대적으로 가장 단점이 적은 글이었다. 어리고 힘든 시절의 자신을 약한 새에게 투사하고, 그 새를 보는 것으로 삶을 위로받는 저자의 심리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새가 위로의 대상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관조를 넘어서서 나와 다른 존재를 향해 저자의 시선이 더 뻗어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 글에는 ‘새’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드러내는 담백한 매력이 있다. 이런 매력 때문에 심사위원들은 ‘새’를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