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세련…핀란드 디자인의 정수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 들어서자 나란히 놓인 길쭉한 돌도끼와 노키아 휴대폰, 나무 썰매와 스키, 곰의 뼈와 현대식 의자가 눈에 띈다. 수천 년 전 유물과 현대 문물 사이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이 물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핀란드에서 왔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막을 올린 특별전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000년’(사진)은 단순하지만 세련된 핀란드 디자인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는 전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여는 첫 북유럽 역사 문화 전시이자 핀란드 국립박물관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개최한 특별전 ‘디자인의 1만 년’ 전의 세계 첫 순회 전시다. 1만 년의 핀란드 디자인 역사를 되짚어보기 위해 핀란드와 한국을 대표하는 두 박물관이 전시 내용을 함께 재구성했다.

한국에 온 핀란드 자료는 140여 건. 여기에 한국 유물 20여 건을 더해 유라시아 대륙 서쪽과 동쪽 나라 문화를 비교하도록 했다. 핀란드 전시품에는 하얀색, 한국 문화재에는 붉은색 스티커가 붙어 있다. 나뭇가지 형태를 살린 의자, 핀란드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 알토 작품, 패션 디자이너 투오마스 라이티넨이 제작한 양복과 썰매, 스키, 장화, 설피 등 핀란드 디자인 정수라고 할 만한 자료들이 소개된다.

곳곳에는 원목으로 만든 사우나, 시벨리우스 오디오 부스, 오로라 감상실 등 핀란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조성됐다.

백승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핀란드 디자인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 전시”라고 설명했다. 특별전 개막에 맞춰 방한한 엘리나 안틸라 핀란드 국립박물관장은 “혁신이라는 개념을 선조로부터 이어온 참여적인 발전 과정으로 해석해 선보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4월 5일까지. 이후 국립김해박물관과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순회전을 연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