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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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째 예쁜 만남을 이어온 연인과 결혼을 결심한 A씨는 최근 남자친구를 부모님에게 소개했다가 결별 위기에 놓이게 된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했다.

A씨에 따르면 부모님과의 첫 식사자리를 마친 남자친구는 "너희 집안은 너무 까다롭고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아무리 만남 당시를 되새겨봐도 부모님이 언성을 높이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답답해했다. 집안이 눈에 띄게 부유한 편도 아닌데 대체 어떤 부분이 남자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딱 하나, 남자친구의 직업에 대한 걱정이 있었던 터라 더 만남을 가져보다가 좋은 결실을 맺게 되면 그때 '잘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A씨의 부모님은 A씨 남자친구의 직업이나 부모님에 대해 직접적으로 지적하거나 문제 제기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직 20대 중반인 두 사람의 결혼을 우려해 "우리 딸 정성 들여 때 안 묻히고 키웠다. 내 딸도 귀하지만 또 귀한 집 아들을 만나서 서로 좋아하는 것이니 응원한다"며 "더 만나보다가 나중에 잘 되면 부족함 없이 잘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A씨는 부모님이 단호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를 배려하며 친절하게 말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A씨에게 "기분이 더러웠다"며 버럭 화를 냈다. 그는 "네가 그렇게 잘난 건가보다. 내가 만나면 안 되는 여자를 만나고 있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너희 아버지를 보니 얼마 이상은 있어야 거들떠 보시겠더라"고 하기도 했다.

남자친구의 태도는 만남 전과 확연히 달랐다. 늘 A씨에게 "사랑 받고 자란 것 같아 예쁘다"고 말하던 다정했던 그는 어디에도 없었다. A씨는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남자친구의 모습에 놀라 이 결혼을 계속 추진해나가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처음 본 사람이면 서로 불편한 부분도 있는 거 아니겠냐",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나중에 결혼하라는 말로 들려서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자존심은 세고 처가집은 본인을 반기지 않으니 화가 난 듯", "부모님 입장에서 저 정도 말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반대로 자신이 당했다면 기분 나빴을 수도 있지", "부모님이 선 그었다면 그냥 헤어지는 게 옳은 방법일 듯"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남녀 총 368명(남자 182명, 여자, 186명)을 대상으로 '연인 부모님 첫인사'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15.2%가 부모님에게 연인을 소개한 경험이 있었다. 소개 시기와 관련해서는 여성이 '결혼을 결심한 후'(65.1%)를, 남성은 '시기는 상관없이 서로가 원하는 때'(43.4%)를 가장 많은 답변으로 내놨다. 연인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고민하는 요소들로는 '선물', '만남 장소', '대화 주제' 등이 꼽혔다.

실제로 수많은 예비부부들이 결혼준비를 하다가 생긴 갈등으로 파혼까지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혼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주제로 진행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남성 42.6%가 '금전문제'를 1위로 꼽았고, '부모님 반대'가 27.2%로 그 뒤를 이었다. 여성은 '부모님 반대'가 49.5%로 1위, '가족사'가 32.2%로 2위였다.

결국 A씨는 이별을 택했다고 전했다. 남자친구는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했지만 A씨의 마음은 확고했다. 그는 남자친구가 결과적으로 자신의 부모님을 욕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단호하게 이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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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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