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서울 29초영화제’ 시상식이 18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렸다. 문미란 서울시 정무부시장(뒷줄 오른쪽 다섯 번째)과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경영지원실장(네 번째)이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제6회 서울 29초영화제’ 시상식이 18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렸다. 문미란 서울시 정무부시장(뒷줄 오른쪽 다섯 번째)과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경영지원실장(네 번째)이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핑크빛 돼지 복장을 한 남자. 집이 없어 밖에서 떨고 있다. 아기돼지 3형제 중 첫째다. 이어 등장한 둘째 돼지는 좁은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 셋째 돼지는 괜찮은 원룸에 있지만 슬픈 표정을 짓는다. 이들의 상황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첫째의 집은 입김에 무너졌고, 둘째의 집은 너무 비좁았어요. 셋째의 집은 튼튼했지만 5000에 50(보증금 5000만원, 월세 50만원)이었어요.” 울고 있는 3형제에게 해결책이 제시된다. “얘들아, 2030 청년 세대들을 위한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이 있잖아.” 이후 3형제의 삶은 달라졌다. 아기돼지들은 월 10만원에 역세권에서 살 수 있게 됐고, 커뮤니티 시설에서 여러 친구와 사귀었다.

[서울 29초영화제 시상식] 아기돼지 3형제·장발장…유쾌한 패러디 영상에 담긴 '고마운 서울'
라지인 감독이 ‘제6회 서울 29초영화제’에 출품한 ‘아기돼지삼형제 2019ver.’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18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18층 다산홀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역세권의 새 아파트를 청년들에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해 주는 서울시의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을 재미있게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서울시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한 이번 영화제는 ‘서울아 고마워’를 주제로 열렸다. 서울이 고마웠던 순간, 시 정책으로 혜택받은 이야기 등 서울에서 살아가며 느낀 다양한 감정을 자유롭게 담은 작품이 대거 출품됐다. 아기돼지부터 장발장까지 독특한 아이디어와 탄탄한 스토리로 주제를 풀어낸 우수작이 많았다.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진행한 공모엔 일반부 488편, 청소년부 53편 등 총 578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역대 서울 29초영화제 중 가장 많다. 이 가운데 일반부 아홉 편, 청소년부 다섯 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소년부 대상은 ‘우리동네키움센터, 고마워!’를 만든 전유빈 감독(신현고)이 차지했다. 카메라는 일곱 명의 가족이 함께 사는 가정을 비춘다. 부모는 새벽에 일을 하러 일찍 나가시고, 누나들은 각자 할 일이 있다. 초등학생 막내는 혼자 칭얼대기 시작한다. “그럼 난 혼자서 뭐해.” 이때 내레이션이 흐른다. 방과 후 초등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우리동네키움센터’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화면이 전환된다. 막내는 센터에서 열심히 그림도 그리고 친구와 함께 바이올린도 연주한다. 막내는 현관문에 서서 외친다. “키움센터, 가야지!”

[서울 29초영화제 시상식] 아기돼지 3형제·장발장…유쾌한 패러디 영상에 담긴 '고마운 서울'
일반부 최우수상은 ‘서울, 억수로 고맙네’를 출품한 김아영 감독이 받았다. 서울시가 취업준비생들에게 면접용 정장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취업날개’ 서비스를 재치있게 담아냈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추위대피소의 마음’을 제작한 박기성·김나연·허수연·이승주 감독(신목고)이 차지했다. 작품은 정류장 곳곳에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설치된 ‘추위대피소’의 관점에서 여성을 바라보며, 따뜻한 마음을 시적인 표현으로 풀어냈다.

일반부 우수상은 ‘서울아 데이터 요금 절약하게 해줘서 고마워’를 출품한 소재탁·박태협 감독이 받았다. 경찰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용의자 장발장을 취조하고 있다. “이봐 장발장 씨, 와이파이 무단으로 썼어, 안 썼어?” 그러자 장발장은 토로하듯 항변한다. “그럼 어떻게 해요? 비싼 데이터 요금을 감당 못한다고요.” 경찰들이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이 사람아 남의 것 쓰지 말고 네 거 쓰라고 네 거!” 그러면서 서울 공공 와이파이가 떠 있는 휴대폰을 들어보인다.

이날 시상식에는 서울시 문미란 정무부시장, 박진영 시민소통기획관, 유재명 시민소통담당관과 한국경제신문 김정호 경영지원실장, 박성완 편집국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수상자와 가족 등 450여 명도 함께했다. ‘잘 됐으면 좋겠다’ ‘답이 없었어’ 등을 부른 가수 홍대광의 축하공연도 펼쳐졌다. 일반부 대상 500만원 등 총 2000만원의 상금이 수상자들에게 주어졌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