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타르에서 DNA 추출…전례없는 인체정보 획득
피부·머리카락·눈동자 색부터 음식·보유한 병균까지 파악
석기시대 껌에서 6천년 전 아이 생김새·일상생활 알아냈다
"어두운 피부색과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이 소녀는 5천700년 전 덴마크에서 헤이즐넛과 청둥오리를 주식으로 먹고 살았다.

"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이 덴마크 남부 롤란섬에서 발견한 자작나무 껍질 속 타르에 남아있는 잇자국만으로 석기시대에 이곳에 살았던 어린 여성의 유전자 정보(DNA)를 파악해냈다고 영국 BBC, 미국 CNN 방송 등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고대 인류의 유전체(게놈)가 유골이 아닌 곳에서 추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인간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시대의 인간 DNA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신체적 특징을 봤을 때 유럽 대륙에서 건너온 수렵·채집인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이 소녀가 어떤 이유에서 자작나무에서 나온 타르를 베어 물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이 타르는 오늘날 껌과 같은 기능을 했을 수 있다.

자작나무 껍질 속에 들어있는 타르는 열을 가하면 늘어났다가 식으면 줄어드는 성질이 있어서 석기시대에 주로 접착제로 쓰였다.

하지만 치통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또는 이를 닦기 위해서 타르를 씹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 소녀가 타르를 깨문 흔적에서는 '키스병'으로 알려진 단핵구증(mononucleosis)을 일으킬 수 있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등 이 소녀가 보유한 병균뿐만 아니라 입안에 있던 미생물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네스 슈뢰더 부교수는 "미생물 분석을 통해 서로 다른 식습관을 갖고 있던 우리 조상들의 삶을 확인할 수 있다"며 "병원균이 어떻게 진화하고 확산했는지, 어떤 환경에서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연구저자 타이스 젠슨은 "덴마크에서 가장 큰 석기시대 유적지에서 발견한 고고학적 유물들인 이곳에 살았던 인류가 천연자원을 폭넓게 사용해 신석기시대로 넘어갈 수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