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우주'는 132억원 낙찰 기록 새로 써
호크니 등 해외 거장 전시 인기, 미술품 과세 강화 논란
[2019문화결산] 침체 장기화에 해외시장 공략 주력한 미술
미술계는 올해도 침체 흐름이 이어졌다.

경기 악화 등으로 활력이 떨어진 가운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혁신적인 기획이나 작가군이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 시장 부진이 장기화하자 미술계는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화랑과 경매사들은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렸고, 국내 주요 작가 전시가 외국에서 열렸다.

김환기(1913~1974) 대표작이 홍콩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최초로 낙찰가 100억원을 넘기며 미술계에 희망을 전했지만, 온기가 한국 미술 전반으로 퍼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 김환기·윤형근·이우환·백남준…한국미술 세계무대로
국내 미술시장엔 여전히 한랭전선이 짙다.

주요 미술품 경매사 낙찰액이 줄고 갤러리 매출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각지에서 열린 아트페어가 활기를 띠기도 했지만, 정작 미술계 내부에서는 최악의 위기라는 우려마저 나왔다.

정부의 미술품 과세 강화 움직임이 기름을 부었다.

미술품을 판매해 얻은 소득은 지금까지 기타소득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당국은 미술품 거래가 잦은 경우 사업소득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미술계는 양도차익을 사업소득으로 분류하면 세금이 크게 뛰어 미술시장이 고사한다고 반발했다.

국내 시장 부진의 돌파구를 찾고자 미술계는 해외 전시와 판매에 공을 들였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경매 확대와 아트 토이 판매 등으로 미술품 대중화를 꾀했다.

김환기 '우주'(Universe 5-IV-71 #200)는 미술계에 모처럼 날아든 낭보였다.

1971년작 푸른색 전면점화 '우주'는 11월 23일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열린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약 131억8천750만원(8천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구매 수수료까지 합치면 약 153억5천만원이다.

낙찰가 기준으로 한국 미술품이 경매에서 100억원 넘는 가격에 팔리기는 처음이다.

경매 결과는 한국 미술 위상을 높이고 한국 작가 작품이 세계무대에서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해외 전시로 주목받은 작가들도 있다.

김환기 사위인 한국 추상화 거목 윤형근(1928~2007)은 지난 5월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으로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1932~2006)은 10월 개막한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대규모 회고전으로 선구자적인 작업을 다시 보여줬다.

이우환의 대규모 회고전도 프랑스 퐁피두 메츠센터에서 열렸다.

[2019문화결산] 침체 장기화에 해외시장 공략 주력한 미술
◇ 호크니 전시에 37만명 몰려…평화의 소녀상 전시중단 사태
국내에서는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유명 작가 전시를 앞다퉈 열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 중 한 명인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개인전 흥행 성적이 돋보였다.

3~8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 37만5천여명을 불러모으며 '줄 서는 미술 전시'로 화제를 모았다.

남성용 소변기를 뒤집은 '샘'으로 유명한 마르셀 뒤샹 회고전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4월 초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에 23만5천여명이 다녀갔다.

이 밖에 제니 홀저, 프레드 샌드백, 토마스 사라세노, 자비에 베이앙, 우고 론디노네, 베르나르 포콩 등 굵직한 외국 작가들이 소개됐다.

설립 5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은 작가 200여명의 작품으로 우리 근현대 미술을 조망한 초대형 전시 '광장'을 개최했다.

이 밖에 주요 갤러리에서 민중미술 계열 전시,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 개인전을 비롯한 한국화 전시가 풍성했다.

일본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사태로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은 8월 1일 개막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출품됐으나 정치인 외압과 우익 협박 속에 전시가 사흘 만에 중단됐다.

우여곡절 끝에 전시는 재개됐으나 표현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일본 사회 민낯이 드러났다.

주요 국공립 미술관 기관장이 대거 교체됐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최은주 대구미술관장 등이 취임했다.

윤범모 관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여성 관장이 선임됐다.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미술가그룹 '옥인콜렉티브'의 멤버 이정민, 진시우 부부가 지난 8월 함께 세상을 떠났다.

원로 미술가 문학진·장리석 화백,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가 1세대 정범태, 동양인 최초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팀장을 지낸 보도사진가 김희중 등이 별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