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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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줘. 아는? 자자."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로도 사용돼 큰 웃음을 유발했던 이 세마디는 예로부터 경상도 남자들이 집에 오면 하는 말로 유명했다. 가부장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경상도 남자는 여전히 무뚝뚝할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엔 '경상도 남자와 연애, 결혼하지 마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 씨는 우리나라에서 남아선호 사상이 가장 강한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남성의 경우 무뚝뚝하고 집안일을 잘 돕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남편, 우리 집은 안 그렇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그건 그쪽 집안이 복받은 것"이라며 "100%가 다 그렇다고 말한 게 아니다. 평균적으로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 설명했다. "장녀이고 남동생이 있는데, 부모의 차별이 심했다. 동생은 남자란 이유로 늘 집안일한 적이 없다."

이어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데...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까지 우리 아버지와 동생은 주방 출입을 안 한다. 혼자 있으면 라면도 못 끓여 쫄쫄 굶는 지경"이라며 "밖에 있다가도 식사 때만 되면 어머니든 제가 꼭 집에 들어와야 한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남동생이 결혼을 앞두면서다. 먼저 신혼집을 계약하고 남동생과 예비신부가 함께 동거하게 된 것. 남동생은 집에서 하던 행동 그대로, 먹던 컵도 치우지 않고, 설거지도 하지 않았다. 가사는 모두 예비 올케의 몫이었다.

어느 날 A씨는 예비올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언니, OO오빠 연애할 때랑 왜 이렇게 달라요? 조금 무뚝뚝해도 저 잘 챙겨줘서 좋았는데, 같이 살아보니 정말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자기가 벗은 양말도 세탁기에 넣을 줄 몰라요. 결혼식도 안 올렸는데 벌써 이러면... 정말 속상해서 전화했어요."

남동생의 예비신부는 가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아버지와 오빠를 보고 자랐다. 그래서 집에만 오면 '밥 달라'는 젊은 꼰대 스타일의 남동생을 보고 경악을 하게 된 것.

A씨는 "우리 집 남자들만 그런 건지 정말 궁금하다. 남동생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싶다"고 조언을 구했다.

네티즌들은 "부모 중 한 명이라도 경상도 권이면 가부장적인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경상도의 가부장적인 모습은 다른 지역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대구, 경북 쪽 사람들 중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가정 교육이 잘못된 듯", "사람마다 다르다. 경상도 출신 남편이라도 집안일 잘하는 사람 많다", "논리도 없고 근거도 없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노동연구원이 2015년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부모의 남아선호, 성역할 태도와 가사분담'에 따르면 경북 출신 남성과 결혼한 여성은 인천 출신 남성과 결혼한 경우보다 하루 65분 가사노동을 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지역 출신의 남성과 결혼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지역의 남성과 결혼한 여성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성 역할 인식을 묻는 문항에 대해 남편이 전통적인 성 역할에 가깝게 응답할수록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은 더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출신 지역을 넘어 여성의 절반 이상이 집안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두잇서베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55%가 "주로 내가 집안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남성 39.7%는 "집안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다"고 했다.

가사분담률에서 우리나라 여성은 남성보다 4.4배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다. 이는 OECD 국가 중 86위의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가사노동은 여자의 몫이라는 사회 인식을 꾸준히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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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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