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건강음료 시장서 인기 '흑누리'
커피맛 나지만 카페인 함량 낮아
"임산부 위한 '블랙보리커피'로 스벅 뚫을 것"

“저는 커피를 못 마셔요. 마시면 손이 막 떨리고 가슴이 두근두근 하거든요. 저처럼 체질적으로 커피와 안 맞거나 커피를 좋아하지만 임신 등의 이유로 커피를 마실 수 없는 사람도 즐겨 찾을 수 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었어요.”(이미자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사진)

커피는 이제 우리 생활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호식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53잔. 대부분의 사람이 매일 한 잔꼴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페인 때문이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은 각성효과로 두근거림, 두통, 수면장애를 겪는다. 임신부는 카페인이 태아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커피를 꺼린다.

이미자 연구사(공학박사)는 10년 이상 보리를 연구했다. 그가 개발한 보리품종만 15개에 달한다. 그중 대표적인 게 보리커피 원료인 검은색 흑누리다. 최근 건강음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랙보리의 원료이기도 하다. 이 연구사는 블랙보리가 ‘카페인이 없어 녹차보다 선호된다’거나 ‘커피 맛이 나서 커피 대신 마신다’는 평가에 주목했다.

디카페인 보리커피

"임산부 위한 '블랙보리커피'로 스벅 뚫을 것"

임산부가 찾는 커피는 대부분 디카페인 제품이다. 카페인 함량을 기존 커피의 10%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디카페인 커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디카페인 원두 수입량은 325t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65%나 증가했다. 이미 지난해 총 수입량인 258t을 넘어섰다.

문제는 맛이다. 기존 커피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디카페인 커피는 보통 끓는 물에 원두를 씻어내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카페인 성분이 빠져나가지만 동시에 맛과 향도 상당량 사라진다.

이 연구사는 “디카페인 커피보다 더 커피맛이 나면서도 카페인 함량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이번에 개발한 보리커피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나온 보리커피는 디카페인 원두 60%, 흑누리 30%, 일반 커피 원두 10% 정도의 비율로 배합했다. 카페인 함량은 0.95㎎/g으로 기존의 디카페인 커피와 비슷한 수준이다. 커피 원두 10%가 들어가 일반 디카페인 커피보다 맛이 좋다는 것이 이 연구사의 설명이다.

보리의 유효 성분이 더해지는 장점도 있다. 일반 커피에는 없는 보리의 기능성 성분인 베타글루칸과 안토시아닌이 보리커피에는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사는 “흑누리 보리커피 1잔에는 혈당 조절력이 뛰어난 베타글루칸이 88㎎, 눈에 좋다고 알려진 안토시아닌이 42㎎ 함유돼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커피 대용 ‘카페 도르조’ 처럼

보리를 커피 원두 대용품으로 쓴다는 아이디어는 딱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에는 100% 보리로 만든 커피 대용품인 ‘카페 도르조(Cafe d’Orzo)’가 있다. 오르조(orzo)는 이탈리아어로 보리라는 뜻이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세계 2차대전 당시 세관 봉쇄로 커피 원두를 수입하지 못하게 되자 대용품으로 보리를 사용해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에도 보리커피를 제조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K커피라는 이름으로 보리를 넣은 커피 제품이 나왔었다. “당시 보리를 최대한 많이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보리와 디카페인 원두를 5 대 5 정도로 섞었어요. 그런데 너무 커피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연구사는 이번에 개발된 보리커피를 커피전문점에서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천햅쌀라테, 공주보늬밤라테 등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활용해 신제품을 내놓는 스타벅스에서 보리의 주요 산지인 고창 및 해남 지역의 이름을 붙인 ‘고창 오르조’를 내놓는 식의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형 커피전문점에 보리커피 레시피를 소개하고, 함께 메뉴 개발을 하고 싶어요. 머지않아 커피전문점들도 메뉴에 카페인 함량을 표시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카페인 함량이 적은 보리커피가 메뉴에 오르면 소비자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요?” 전주=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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