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호 교수 두번째 산문집 '통증의 언어'

소설은 무엇이고 문학은 무엇이며 또 삶이란 무엇일까.

문학비평가면서 시인이자 소설가로 부단한 활동을 펼치는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두 번째 산문집 '통증의 언어'(예옥 펴냄)를 내놨다.

책에는 저자가 십년에 걸쳐 이어온 사색과 사유가 배인 65편의 길고 짧은 글이 실렸다.

스스로 '문학산문집'이라 칭하듯 저자는 지면 위로 수많은 소설가, 시인, 비평가들을 가까운 지인처럼 불러들여 얘기를 나누고 만지고 회상하면서 문학과 사회와 삶에 대해 스스럼없이 탐색하고 성찰한다.

박완서, 최인훈, 김윤식, 손창섭, 신동엽, 김사량, 이상, 백석, 박경리, 이효석, 오스카 와일드, 스탕달, 루쉰, 고흐, 조지 오웰, 니체, 아감벤, 가와바타 야스나리, 요제프 마리아 올브리히, 도스토옙스키…
내로라하는 동서고금의 작가들이 저자의 부름에 응한다.

"이 천희(千姬)의 하나를 나는 어느 오랜 객주집의 생선 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 저문 유월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방등이 붉으레한 마당에 김냄새 나는 비가 나렸다"(p.17·21)
책 앞머리 두 군데나 인용된, 저자가 가장 좋아해서 외우기까지 한다는 월북 문인 백석(1912~1996)의 시 '통영1' 일부다.

통영 여성 박경련을 사모했다는 이 모더니스트 시인의 독특하고 애련한 시구는 그냥 읊조려도 입에 감긴다.

책 곳곳에 이런 대목들이다.

잊고 지내온 시와 소설, 고명한 작가들을 고단한 현실 속으로 맥락 없이 불러오는데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현실을 적당히 회피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의 정신승리법에 대해 "나는 과연 어떤 아큐인가,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혼몽 속에서 길을 찾는다는 포즈만 취하고 마는 아큐?"(p.83)라고 썼다.

두 해 전 세상을 달군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선 "그때, 그들은 이미 죽음을 당한 '피엘 방'을 배반하고 저버린 것이다.

방이 유대적 혈통이라 치더라도 같은 불란서인이라는 것을 잊는 것이다.

나치는 이렇게 해서…"(p.109)라고 일본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백색인' 한 구절을 인용해 놨다.

저자는 소설이 아주 오래전 중국에서 제왕이나 영웅들의 행적을 기록하던 정사에 들지 못한 긴요치 않은 글을 가리키던 말에서 유래했다고 되새긴다.

"소설이 교훈적이기만 하다면 어찌 사람들이 그것을 읽게 될까? 소설엔 사랑이 있고 욕망이 있고 혼란과 비밀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손을 탄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p.316)
그러면서도 문학이 수년째 앓는 목·허리디스크처럼 고통스럽지만 친숙해진 "통증과 같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316쪽. 1만5천원.
목·허리디스크와 닮은 문학과 사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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