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구하라, 차인하 등 연예인 사망
최근 현아·강다니엘 등 심리적 고통 호소
기획사 꾸준한 관리 필요
이슈+|현아부터 강다니엘까지…아이돌 멘탈 건강 '주의보'

"앞이 뿌옇게 보이더니 푹 하고 쓰러졌어요. 무대에 서고 싶은데 이렇게 자주 쓰러진다면 누가 날 찾아주려나 걱정이 앞서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밝게 웃어왔던, 가수 현아의 고백이다.

최근 현아는 우울증, 공황장애, 미주신경성 실신 진단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예전 연예계에선 이런 일이 흔치 않았다. 신경정신과를 다닌다고 하면 소문이라도날까 두려워 쉬쉬했었다. 매우 당당한 고백으로 보이지만 현아는 뒤에서 오랜 고민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현아는 "비밀이 오랫동안 지켜지면 좋겠지만 쓰러질 때마다 혼자 속 졸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광고나 스케줄 소화 때 절 믿고 맡겨주는 많은 분들께 죄송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제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볍고 싶어 이렇게 솔직하게 애기하게 됐다"며 "앞으로 씩씩하게 잘 지내려고 노력할테지만 사람은 완벽할 수만은 없나 보다.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제 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펴 주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현아가 앓고 있는 미주신경성 실신 진단은 극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긴장으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고 심장 박동이 느려져 혈압이 낮아지는 현상이 갑자기 나타나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것을 뜻한다. 인체에 무해하지만 빈도가 잦으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고 넘어지면서 신체적 손상을 입는 경우가 허다해 주의를 요한다.

현아 뿐만 아니라 많은 스타들이 고된 일정 속에서 계속되는 성공에 대한 강박, 사생활 노출로 인한 압박감, 익명성을 무기로 한 악플의 상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워너원으로 스타덤에 오른 강다니엘 또한 우울증 및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곡 '터칭'으로 컴백한 강다니엘은 지난 3일 SBSMTV '더쇼' 무대에서 첫 솔로 1위를 하고, 다음날 사전녹화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했다.

강다니엘 소속사 커넥트 엔터테인먼트 측은 "올 상반기부터 면역력 저하에 따른 잦은 건강 악화에 심리적인 불안 증세로 인해 병원을 방문, 정밀 검사를 통해 ‘우울증 및 공황 장애’ 진단을 받았다"면서 "최근 더욱 극심해진 불안 증세를 호소하였으며, 아티스트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충분한 휴식과 안정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강다니엘은 팬카페에 악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며 심경글을 올리기도 했다. 강다니엘은 "매일매일 욕을 먹고, 혐오스러운 말들로, 왜곡된 소문들로 내 인생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 너무 많이 참아왔다. 너무 힘들다"면서 "누가 좀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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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 멤버 레오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오랜시간 앓아 왔다. 꾸준히 약물 치료를 하며 극복하려 했으나 불가피하게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하고 있다.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 또한 우울증을 고백하면서 "김영철이 다른 생각 나지 않도록 말을 계속 걸어줬다"며 눈물을 흘렸다.

트와이스 미나는 지난 7월부터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극도의 심리적 긴장상태와 불안감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븐틴의 에스쿱스도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태연 또한 지난 6월 팬들과 소통하던 중 "우울증으로 고생 중"이라며 "약물치료도 열심히 하고 나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울증이든 우울증이든 이상하게 바라보지 말아 달라"며 "다들 아픈 환자"라고 당부했다.

정확히 심리적 문제라고는 밝히지 않았지만 수많은 아이돌 스타들이 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했다. 위키미키 최유정, 아스트로 문빈, NCT127 정우 등이 있다.

설리와 구하라, 가장 최근엔 배우 차인하, 그에 앞서 샤이니 종현이 세상과 등을 돌리면서 대중 또한 연예계 종사자들의 '마음의 병'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SM 엔터테인먼트는 종현 사망 이후 아티스트들의 정신 건강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설리가 다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자 질타를 받았다.

신화 멤버 김동완은 향정신성의약품을 권유하거나 방관하는 기획사들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그는 "어린 친구들이 제대로 먹지도, 편히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건강하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길 바라는 어른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많은 후배들이 돈과 이름이 주는 달콤함을 위해 얼마만큼의 마음의 병을 갖고 일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완은 "향정신성의약품이 얼마나 간편하고 빠른 일인지, 얼마나 많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갖고 있는지 수많은 논문과 보고서가 말해주고 있다. 본인이 원해서 혹은 빠른 해결을 위해 약물을 권유하는 일을 더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했다.

아울러 "대형 기획사의 안일한 대처는 접촉 없이도 퍼지게 될 전염병의 숙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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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초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데뷔하는 아이돌 가수들은 기획사가 짜 놓은 스케줄대로 움직이며 자신들이 걷고 있는 그곳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 안에서 심리적 취약함에 놓이게 되면 위험해 진다. 이들은 이같은 상황을 극복할 방법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 아이돌 그룹 매니저는 "아이돌 데뷔 연령이 어려지면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댓글을 보지 말라고 할 수도 없지 않나"라며 "회사에서 심리적 문제가 있는 아이들에 한해 병원 치료를 받게 하고 있지만 스케줄상 여의치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종석 구로구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연합뉴스에 "청소년 시절 또래 집단과의 유대가 주는 안정감 등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빨리 어른이 되지만 무리하게 수동적인 성장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린 나이에 데뷔한 이들은 자존감 등에서 많은 결핍이 나타나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거나 강박과 적응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평범한 일상생활을 못했다는 박탈감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과도한 경쟁에서 반드시 '떠야' 한다는 열등의식이 자신을 괴롭힌다.

박 원장은 "연예인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매니저나 주변 스태프, 연예인 가족의 정신적인 인지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울증 전 단계인 번아웃 등을 조기 발견하고 의사들에게 정보를 전하고 상담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속사 측은 조기 진단 시스템을 만들어 재발을 막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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