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밴드 U2의 영국 공연 모습. @Danny North
아일랜드 밴드 U2의 영국 공연 모습. @Danny North
“With or without you. I can‘t live with or without you.”

노래 ‘With or Without You’가 공연장 가득 울려 퍼지고, 함께 ‘떼창’을 부른다. 네티즌들은 이 장면을 상상하며 오는 8일 열릴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 록밴드 U2의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한바탕 축제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다.

U2가 서울 구로 고척스카이돔에서 밴드 결성 43년만에 첫 내한공연을 연다. ‘살아있는 록의 전설’로 불리는 U2는 한국에 오지 않은 밴드 중 가장 기다려지는 밴드 1순위로 꼽혀왔다. 이들의 내한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팬들은 그동안 두 손으로 턱을 괴고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린 것처럼 환호했다. 그리고 전설의 음악, 전설의 울림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담아 열광할 준비를 하고 있다.

U2는 서울 공연에서 ‘With or Without You’, ‘Elevation’, ‘Sunday Bloody Sunday’를 비롯해 대표 앨범 ‘The Joshua Tree’의 수록곡 등을 부를 것으로 알려졌다. 위상에 걸맞는 화려한 무대도 펼쳐진다. 8K 해상도의 초대형 LED 스크린을 화물 전세기 3대에 나눠 공수한다. 무려 가로 61m, 세로 14m 크기다. 1100만 화소가 넘는 비디오 패널 1040개로 제작됐다. 무게는 22, 사용되는 케이블 길이만 6.5㎞에 달한다.

전설이 된다는 것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영원히 남을 각인을 새기는 일이다.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돼야만 가능하다. U2 곡의 첫 소절만으로도 그들의 음악임을 느낄 수 있다. 기존 권위나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도전을 반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U2는 록을 기반으로 블루스, 포크 등 다양한 장르를 한데 섞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들만의 색깔을 지켜오기도 했다. 4인조 그룹 U2는 43년이란 긴 시간동안 한번도 멤버를 교체하지 않았다. 이를 발판으로 U2는 음악성과 함께 대중성까지 갖춘 밴드로 거듭났다. 전 세계에서 1억80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했고, 미국의 그래미어워즈에서 22회 수상했다. 월드투어 매출 세계 1위 기록을 스스로 여러 차례 갈아치웠다.

U2의 음악이 한국 대중들에게 오랜 시간 각인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상황과도 맞물려 나타난다. 이들의 전성기였던 1970~1980년대, 국내 대중은 문화적 결핍을 겪어야 했다. 물론 그 시기에도 많은 노래가 나왔지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하진 못했다. 국풍 등 관제 가요제가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해외에서 도착한 새로운 사운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를 기억하는 40~50대는 여전히 전설에 대한 경이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 자체가 스스로 전설임을 입증하기도 한다. U2는 꾸준히 분쟁, 테러, 빈곤 등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노래에 담아왔다. 월드투어 때마다 보여주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무대 장치도 주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다.

서울 공연에서도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공연에 앞서 간단히 밝힌 메시지에서 대략적인 내용을 예상할 수 있다. U2의 베이시스트 애덤 클레이턴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아일랜드처럼) 두 개의 국가로 나뉘게 된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경계선을 없애기 위해서는 지적이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사람들의 헌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강렬한 사운드의 노래로 관객들의 가슴 뛰게 하고, 각 나라별로 오랫동안 기억될 메시지를 남기는 일.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전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이제 그 전설을 맞이할 시간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