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홍 교수 "얼굴·목에 갑자기 생긴 점, 암 일수도"
야외활동이 늘고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피부암 위험이 높아진다. 지난해 기준 국내 피부암 환자 중 50대 이상 환자는 89%에 이른다. 하지만 점차 젊은 피부암 환자도 많아지는 추세다. 서수홍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는 “얼굴이나 목 등 햇빛 노출이 많은 부위에 의심스러운 색소 반점이 생겼거나 만졌을 때 까슬까슬한 각질을 동반한 붉은 반점(홍반)이 있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했다.

햇빛에 많이 노출되면 자외선 때문에 피부세포가 바뀌면서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흑색종 등이 잘 알려진 피부암 종류다. 기저세포암은 표피 가장 아래층에 있는 기저세포가 바뀌어 생기는 암이다. 흰 피부인 고령층 환자가 많다. 암 중앙부에 궤양이 생기고 주변에 둥근 테두리가 있는 모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색소성 반점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점으로 오인하고 방치하는 환자가 많은 이유다.

암세포를 방치하면 주변조직으로 퍼지면서 넓고 깊어져 뼈를 뚫고 들어가는 일도 있다. 기저세포암은 다행히 혈류나 림프샘을 타고 전이되는 환자는 드물다. 1차 암 조직만 제거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서 교수는 “점이 점차 커지면서 헐어 낫지 않거나 레이저 시술 후 계속 커지고 있다면 피부과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서수홍 교수 "얼굴·목에 갑자기 생긴 점, 암 일수도"
편평세포암은 주로 고령 환자가 많다. 자외선 노출이 많은 부위에 자주 생긴다. 기저세포암은 기간과 상관없이 강한 자외선 노출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편평세포암은 오랜 시간 자외선 때문에 피부가 망가졌을 때 생기기 쉽다. 광선각화증이라고 불리는 병변으로 시작한다. 점점 암세포 깊이가 깊어지면서 침윤성 편평세포암이 된다. 편평세포암은 기저세포암보다는 림프샘 전이로 이어지는 환자가 많다. 방치하면 위험한 암이다.

피부암 중 가장 사망 위험이 높은 암종이 흑색종이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료 효과가 좋지 않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를 내다볼 수 있다. 몸이나 얼굴에 생긴 색소 병변의 크기가 6㎜ 이상이거나 비대칭적인 모양이라면 흑색종을 의심해봐야 한다. 점의 경계가 불분명하거나 불규칙하고 색깔이 균일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점의 색이나 크기가 수개월 동안 꾸준히 바뀌고 있을 때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피부암이 생겼다면 암 상태에 맞는 수술법을 선택해야 한다. 서 교수는 “피부암이 주로 생기는 부위가 얼굴이기 때문에 수술 후 흉터 자국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암 조직을 말끔하게 제거하면서 미용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즈 수술을 우선한다”고 했다.

암세포가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반복 제거하는 수술법이다. 중심 종양을 제거한 뒤 주위 조직을 얇게 떼어 암 조직이 남았는지 확인한다. 암이 남았다면 그 부분만 제거해 다시 암세포가 있는지 확인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암 조직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수술하기 때문에 재발률이 낮다. 피부 세포를 넓게 제거하는 방법보다 흉터는 적다.

피부암을 예방하려면 자외선에 노출돼 피부가 손상되는 것을 줄여야 한다. 자외선이 강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외출 20분 전에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자외선 차단제를 짜서 얼굴 전체와 귀, 목 등에 꼼꼼히 펴 발라야 한다. 자외선을 피할 수 있는 양산, 모자, 소매 긴 옷, 선글라스 등을 착용해야 한다. 광선각화증처럼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병변이 생기면 바로 제거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