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km/h 규정·안전유의 의무 어겨 어린이 사망시 최고 무기징역
전문가 "피해자 중심주의 반영" 對 "고의 아닌 과실에 지나친 형량"
[팩트체크] '민식이법' 스쿨존 교통사고 형량 과도한가?

조준형 기자·이지안 인턴기자 = 여야 대치 국면에서 국회 계류 중인 일명 '민식이법'(법안)의 처벌 규정이 주목받고 있다.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게 돼 있는 이 법안의 법정 형량에 대해 찬반 양론이 교차한다.

민식이법은 올해 9월 11일 9살 김민식 군이 충남 아산시 용화동 온양중학교 정문 근처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차로를 가로질러온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발의됐다.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고자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국회의원이 지난 10월 11일 대표 발의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등 개정안, 같은 달 15일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가법 개정안 등을 묶어 '민식이법'으로 부른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안에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는 내용과,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나온 경우 가해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민식 군 부모가 간곡히 법안 처리를 호소하는 가운데, 이 법안만큼은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선 안 되며, 신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일각에서 다른 목소리도 있다.

'고의'가 아닌 '과실'을 전제로 하는 교통사고에 대한 법정 형량으로는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강용석 전 의원은 지난 2일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민식이법이 시행되면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망 사고(교통사고) 발생 시 사고 운전자에 대해 '3년 이상의 징역'에,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며 법정 형량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법상 일반적인 교통사고 사망 사고의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돼 '5년 이하'의 금고형(노역 없이 구금만 하는 것)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과 비교했다.

민식이법의 사망사고 운전자에 대한 법정형량이 형법상 강도, 강간죄보다 무겁다고 주장했다.

4일 연합뉴스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애초 발의된 민식이법 법안을 일부 수정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안에 따르면 민식이법의 어린이 사망사고 법정 형량이 최고 무기징역인 것은 사실이다.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민식이법의 사망사고 법정 형량이 강도죄와 강간죄(3년 이상의 유기징역)보다 무겁다는 강용석 전 의원 주장도 사실에 부합한다.

민식이법의 특가법 개정 내용(법사위 대안 기준)은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도로교통법 제12조 1항에 따른 조치(어린이 보호구역 통행속도 시속 30km 이내)를 준수하고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할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에게 교통사고특례법 제3조 1항(교통사고로 인한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른 사상)의 죄를 지으면 가중처벌한다는 것이다.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과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결국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 및 안전 유의 의무 등을 위반하면서 교통사고를 일으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가해 차량 운전자에게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민식이법에 포함돼있는 것이다.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은 현행 특가법상 음주운전 또는 약물사용 후 운전에 따른 사망사고 시의 법정 형량과 같고, 특가법상 사망사고 후 도주 시의 법정 형량(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보다는 약간 가볍다.

다만 법안에 명시돼 있듯이 어린이보호구역 내 모든 사망사고에 대해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 13세 미만인 어린이가 사망한 어린이보호구역의 교통사고, '시속 30km 이내' 준수 의무와 어린이 안전 유의 의무의 위반 등 단서가 붙어있는 것이다.

대표발의자인 강훈식 의원 등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현행법은 도주차량 운전이나 음주운전의 경우 가중 처벌을 하고 있지만, 어린이 보호구역 안에서 사망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식이법의 형량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 견해는 엇갈린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교통사고 처리 과정에서 우리 법이 운전자(가해자) 위주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에 약자를 더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가 윤창호법, 민식이법 등의 가중처벌 조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우리 법이 피해자 중심으로 바뀌어 가는 패러다임의 변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특히 스쿨존의 경우 아이들에게 주의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기에 운전자에게 더 주의 의무를 부과하자는 측면에서 법정형을 높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민식이법의 법정형을 과도하게 설정한 것은 사실"이라며 "형벌 비례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민식이법의 사망사고 법정형량에 대해 "교통사고로 인한 과실치사임에도 고의 살인(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형량"이라며 "고의와 과실범의 구분은 근대형법의 원칙인데 이런 원칙이 흐려지는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팩트체크] '민식이법' 스쿨존 교통사고 형량 과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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