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0년' 일본판…고레에다 히로카즈 총괄 제작
안락사·AI·디지털 유산…신예 감독 5명이 내다본 10년 뒤 일본
7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안락사를 권유하고,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통제하는가 하면, 디지털 카드로 유산을 남긴다.

혹은 원전 폭발로 뿜어져 나온 방사성 물질을 피해 지하세계에 살거나, 미사일이 머리 위로 날아다닐 정도로 전쟁이 일상화한 사회다.

일본의 신예 감독 5명이 그려낸 10년 뒤 일본 모습이다.

옴니버스 영화 '10년'은 일본이 배경이지만 인류 미래 보고서라고 해도 무방하다.

고령화, 디지털 사회, 환경오염, 전쟁 등 인류 앞에 놓인 공통의 재난 키워드를 읽어낸다.

이 작품은 10년 후 자국 모습을 그려내는 글로벌 프로젝트 '10년' 일본판이다.

2015년 제작된 홍콩의 '10년'을 시작으로 태국과 대만에서도 제작됐다.

안락사·AI·디지털 유산…신예 감독 5명이 내다본 10년 뒤 일본
일본판은 세계적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총괄 제작을 담당했고, 그가 직접 선발한 신예 5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각각 선보인 20분 안팎의 단편을 하나로 엮었다.

처음 등장하는 영화 '플랜 75'는 고령화 사회의 암울한 미래를 담는다.

75세 이상 노인에게 안락사를 장려하는 국가 제도 '플랜 75'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주인공이다.

귀밑에 패치 한장만 붙이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는 말로 노인들을 설득한다.

많은 돈과 함께 죽음의 표를 먼저 덥석 받아든 이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이나 치매 노인들이다.

"국가가 먹여 살려야 하는" 이들에게 안락사를 먼저 권하는 세상, 상상 속 이야기지만 공포 영화처럼 섬뜩하게 다가온다.

안락사·AI·디지털 유산…신예 감독 5명이 내다본 10년 뒤 일본
'장난꾸러기 동맹'에선 인공지능 시스템이 아이들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한다.

모든 아이의 한쪽 눈 옆에는 이 시스템이 장착됐다.

수업 중에 교실 밖을 벗어나거나, 친구들과 싸울 때 강력한 경고음을 낸다.

그러나 영화는 제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도 동심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락사·AI·디지털 유산…신예 감독 5명이 내다본 10년 뒤 일본
'데이터'는 한 소녀가 엄마가 남긴 디지털 유산을 아빠 몰래 본 뒤 엄마의 비밀을 쫓는 이야기를 그린다.

디지털 사회 이면과 알 권리 등의 문제를 짚는다.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는 방사능 오염을 피해 지하 세계에 사는 소녀가 바깥세상에 호기심을 품는 내용이며, '아름다운 나라'는 거리에 붙은 징병 포스터 디자인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전쟁이 일상화한 사회 모습을 비춘다.

장밋빛 미래를 다룬 작품은 한 편도 없다.

5편 모두 암울한 미래를, 그것도 그럴 듯하게 다룬다.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다.

그러나 개성 있는 연출과 색다른 소재는 볼거리,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12월 12일 개봉. 전체관람가.

안락사·AI·디지털 유산…신예 감독 5명이 내다본 10년 뒤 일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