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 혐한의 계보 = 노윤선 지음.
일본의 혐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가 혐한의 사고방식은 무엇이고 어디서 왔는지, 혐한이 일본 내 문화와 결합하면서 어떻게 거부감 없이 국민에게 주입돼 왔는지를 규명한 책이다.

일본에서 이는 최근의 혐한 움직임과 관련해 전체적인 지형도를 그린 1부와 박사 학위 논문 '일본 현대문화 속의 혐한 연구'를 근간으로 재정리한 2부로 구성됐다.

1990년대 초반의 혐한 태동기부터 2002년 월드컵 이후 본격화 시기를 거쳐 넷우익의 형성과 거리시위 확산에 이르기까지 매시기 혐한의 변곡점이 무엇이고 이것을 주도한 인물과 책은 무엇인지 등 혐한의 역사를 계보학적으로 정리한다.

저자는 타민족에 대해 일본인들이 갖는 혐오감정의 뿌리를 캐기 위해 피차별 부락민 1천년 역사를 살펴봤다.

일본에서는 '에타(穢多)', '히닌(非人)' 등 28종에 달하는 '불가촉천민'을 엄격히 분류하며 이들을 타자화하고 다양한 사회제도와 언어 관습을 통해 삶을 옥죄는 것으로 '정상적인 것의 정체성'을 구축한 역사가 깊다.

2000년대 이후 혐한 담론 속에서 '불결하다', '저능하다', '추하다', '범죄가 많다' 등의 생물학적 인종주의가 관찰되는 것은 이런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이어 야마노 샤린의 '만화 혐한류', 소설 '반딧불이의 무덤', '요코 이야기', '해적이라 불린 사나이', '영원한 제로' 등 혐한 관련 베스트셀러들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저자는 "이들 작품이 널리 읽히는 현상 자체가 가족애와 결합한 애국정신의 전형적인 퍼포먼스이며 혐한이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강화되어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글항아리. 304쪽. 1만5천원.
[신간] 혐한의 계보·불꽃으로 살고 별빛이 되다

▲ 불꽃으로 살고 별빛이 되다 = 김용균 지음.
서울에서 제주까지, 상하이에서 블라디보스토크, 샌프란시스코까지 국내와 국외 독립운동 유적지를 직접 찾아가 그곳에 남은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정신을 되새겼다.

서울 남산 아래 안중근기념관에서 시작해 인천 강화의 이건창 묘소, 양평의 몽양기념관,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인박물관까지 34곳 유적지를 찾았다.

안중근, 김구, 유관순, 윤봉길 등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독립운동가들뿐만 아니라 김마리아, 김경천, 이강년, 허위, 박상진, 안희제, 이윤재, 임병찬, 김병로, 김철, 최재형과 같이 다소 생소한 인물도 등장한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 육사를 졸업하고 일본 장교로 임관한 김경천은 보장된 출셋길을 마다하고 만주 신흥무관학교로 가서 교관이 됐으며 연해주와 시베리아에서 유격전을 벌여 일제 군경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됐으나 소련 스탈린 정권의 강제 이주정책으로 카자흐스탄으로 끌려가 고생하다 간첩으로 몰려 수용소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최재형은 가족들과 함께 연해주로 이주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경제적 성공을 거둔 뒤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헌신했고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 계획을 지원하기도 했다.

독립군 활동 중 일본군에 체포돼 재판도 없이 총살당했다.

책 제목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삶은 '살아서는 불꽃, 죽어서는 별빛'이었다고 할 수 있다.

판사 출신인 저자는 "우리 사회가 많은 갈등요인을 안고 있지만 '나라 사랑'이라는 마음의 교집합이 반드시 있다"면서 "그 나라 사랑의 연원이 우리 선열들의 독립정신에 있는 것임을 깨닫고 이를 선양한다면 거기서 모든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여름언덕. 432쪽. 1만8천원.
[신간] 혐한의 계보·불꽃으로 살고 별빛이 되다

▲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 봄날 지음.
20여 년간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이 18세에 성매매 업소에 유입된 과정에서부터 룸살롱, 성매매 집결지, 보도방, 티켓다방 등 여러 형태 성매매 업소를 전전하다 이 세계를 빠져나오기까지 긴 여정을 증언한다.

가난한 집 장녀로 어린 나이에 학업을 중단하고 가계를 짊어져야 했던 저자의 인생에는 가족 내 성차별과 아버지의 가정폭력, 청소년 여성 노동자에게 가해진 부당한 노동 착취, 저개발된 지방 도시, 직장 내 성폭력, 성착취 등 한국의 많은 여성이 겪었음 직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많게는 20%까지 선이자를 떼고 지급하는 선불금 등 성매매 현장의 착취와 폭력, 미용실부터 직업소개소, 사채업자, 심지어 점집까지 성매매 업소 주변의 산업생태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여성들을 착취하며 돌아가는지를 당사자 육성으로 고발한다.

경찰을 비롯한 여러 공적 기관과 성매매 업소의 깊은 유착에 대한 고발은 여성들이 성매매 현장에서 당하는 폭력이 왜 제대로 해결되기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지원을 받아 탈성매매에 성공한 저자는 "미투 피해자들의 고발과 폭로로 세상이 조금씩 나아졌듯이 나 역시 내가 겪은 경험을 폭로함으로써 그 싸움에 힘을 보태려 한다"고 밝혔다.

반비. 428쪽. 1만8천원.
[신간] 혐한의 계보·불꽃으로 살고 별빛이 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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