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것이 거의 확실했던 한 회사의 재기 스토리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사람 사는 곳에서는 이따금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주로 사람들이 해내는 경우라면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불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사업가들에게 규슈여객철도의 신화 창조 이야기는 교훈적이다. 이 회사의 사장인 가라이케 고지가 쓴 <아주 작은 디테일의 힘>는 망하는 것이 거의 확실히 되는 한 회사 재기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1953년생으로 일본 국영철도 회사에 입사해 평생을 보낸 사람이다. 1987년 철도 민영화 정책에 따라 새로 출범한 JR큐슈로 옮기게 된다. 그가 부임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JR큐슈는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앞이 보이지 않던 회사였다. 그런데 지금 이 회사가 운영하는 특급열차 나나쓰보시는 단 한 번만이라도 타 보기를 바라는 고객들 때문에 추첨을 해야 할 정도가 됐다. 성공도 보통 성공이 아니다. 신화를 창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룻밤 이용료가 500만원에 달하는 나나쓰보시를 타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잇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성장기를 헤쳐가는 경영자들에게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상품과 서비스야말로 활로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 세심함,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철저함이 있다. 이것이 저성장 시대에도 살아남는 기업의 비밀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두 면을 가득 채우는 사진이 펼쳐진다. 나나쓰보시의 가장 비싼 객실은 맨 마지막 칸에 있다. 저자는 열차 마지막 칸의 창문을 ‘30억엔짜리 액자’라고 부른다. 고객들은 여행 내내 차창 너머 경치를 독점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열차 외관은 옻칠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열차 내부에는 전통 공예 방식으로 수작업한 내부 인테리어로 장식돼 호화롭다. 열차의 천장부터 시작해서 전등 하나, 장식 하나에도 품격과 정성과 아름다움이 담겼다.

책은 모두 7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망해가던 시골 기차가 로망의 아이콘으로’ ‘운이 좋은 기업을 만드는 비밀 병기’ ‘보이지 않는 곳까지 디자인하는 기술’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꿔주는 1% 디테일’ ‘데이터가 이기지 못하는 경험의 세상’ ‘본질에 충실할 때 상승하는 디테일의 가치’ 등의 주제들로 구성된다. 모든 것들은 단 하나의 키워드 ‘디테일’로 통한다.

망하는 것이 거의 확실했던 한 회사의 재기 스토리
당첨을 학수고대하는 여행객들의 감동은 당첨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부터 시작된다. 당첨 통지서 한 장 한 장마다 대표이사의 친필 서명이 들어가는 것부터 디테일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음악, 음식, 풍광, 친절, 아름다움 등이 어우러진 3박4일간 나나쓰보시와 함께하는 여행은 규슈의 하카타역에서 출발해 규슈를 일주한 뒤 마지막 날에 다시 하카타역으로 돌아온다. 경영철학에 바탕을 둔 디테일의 실전 교본 같은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