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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정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스물네 살의 청년은 아홉 번에 걸친 인터뷰 끝에 보스턴컨설팅그룹의 경영컨설턴트가 됐다. 그는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잘하고 싶었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간극을 메우려 했다. 입사 후 3년간 그는 1주일에 적게는 60시간, 많게는 90시간씩 일했다. 한 손엔 커피, 다른 손엔 초콜릿을 들고 책상 앞에서 하루를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다른 동료가 만든 자료를 봤다. 번뜩이는 통찰과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그 친구는 오후 6시면 ‘칼퇴근’했다.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도 없었다.

[책마을] '업무의 고수'는 조직에 기여할 만한 역할을 찾는다
<아웃퍼포머>의 저자 모튼 한센의 이야기다. ‘농업적 근면성’으로 일관했던 그는 3년간의 직장 생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됐다. UC버클리 경영학 교수로 재임 중인 저자는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짐 콜린스와 함께 <위대한 기업의 선택>을 쓰면서 기업이 아닌 개인의 성과는 어떻게 향상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20대에 보고서로 충격을 줬던 회사 동료도 떠올렸다.

적게 일하면서 최고 성과를 내는 인재들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그는 200여 건의 학술연구 결과를 분석했다. 120명의 전문가를 심층 인터뷰했고 5000명의 기업 관리자와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다. 거기서 얻은 결론은 일하는 방법의 문제였다. 대부분 사람은 멍청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저자는 “똑똑하게 일하는 게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그에 대한 어떤 가이드도 없었다”고 책을 쓴 계기를 밝힌다.

책은 똑같이 재능 있고 충분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왜 서로 다른 성과를 내는지를 설명하고 똑똑하게 일하는 방법을 업무와 인간관계로 나눠 일곱 가지로 정리했다. 회귀분석, 구조방정식 모델링(SEM) 등 전문적인 통계기법을 동원했다. ‘일을 줄이고 집요하게 매달려라’ ‘업무를 재설계하라’ ‘싸우고 결속하라’…. 목록만 보면 그다지 솔깃하진 않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얘기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단순히 먼저 할 것을 고르는 게 아니다. ‘업무의 고수’는 일단 일의 순서를 정하면 가장 먼저 택한 일에 ‘강박적으로’ 매달린다. 시간과 노력을 극단적으로 투자해 남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좋아하고 잘하는데도 성과가 안 좋은 경우가 있다. 오히려 열정을 좇다 길을 잃기도 한다. 고수들은 열정이 아니라 조직이나 사회의 가치에 기여할 만한 역할을 찾으려고 애썼다. 저자는 “그런 다음 그 목적과 열정을 일치시켰다”며 “그래야만 결과도 좋았다”고 서술한다.

부서 간 장벽을 허무는 건 무조건 좋은 걸까. 책은 협업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지적한다. 최고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오히려 협업의 빈도가 낮았다. 저자는 “업무의 고수는 어떤 프로젝트에 합류하고 어떤 것은 안 할지 신중하게 선택한다”며 “고르고 골라 최소한의 프로젝트에 모든 노력과 자원을 집중시킨다”고 설명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넘어선 의식적인 연습, ‘순환학습’의 방법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장마다 ‘똑똑한 습관’ 하나와 그 습관을 직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언을 제시한다.

일곱 가지 방법을 실천해 업무 성과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의 행복도 향상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직장생활을 잘한다는 말은 일에 성과를 내고 열정적으로 일하고 강한 목적의식을 가지면서 개인적 삶도 잘 꾸려나간다는 뜻”이라고 강조한다.

자영업자부터 엔지니어, 컨설턴트와 셰프, 세일즈맨과 조립라인 노동자 등 풍성한 사례를 곁들여 짧은 문장으로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엮어가는 저자의 입담 덕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잘하고 싶지만 막막하기만 한 신입사원, 매너리즘에 빠진 중견 간부,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싶은 인사관리자나 경영자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