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이 지난해 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합창’을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지난해 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합창’을 연주하고 있다.
“환희여, 신의 아름다운 광채여, 낙원의 딸들이여, 우리는 빛이 가득한 곳으로 들어간다. 성스러운 신전으로.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은 자들을 신비로운 그대의 힘으로 다시 결합시킨다.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된다. 그대의 고요한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

베토벤(1770~1827)이 작곡한 아홉 개의 교향곡 중 마지막 9번의 4악장 합창 부분이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가사로 만들었다. ‘합창’이란 부제를 가진 이 작품은 독창자와 합창을 동반한 최초의 성악교향곡이다. 1824년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합창교향곡은 ‘고전주의의 완성이자 낭만주의의 문을 연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토벤이 직접 악보에 적어 넣은 ‘백만 인이여, 서로 껴안으라’는 구절과 함께 인류애와 화합, 관용과 희망을 담아 세계적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음악회를 장식한다.

한국에서도 매년 12월이면 국내 주요 교향악단들이 ‘합창’을 무대에 올린다. 올해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 등 기존 오케스트라 외에 음악감독 마시모 자네티가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가세해 연말 ‘합창’ 메뉴가 더 풍성해졌다.

경기필하모닉은 다음달 3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합창’을 연주한다. 자네티가 올초 베토벤 교항곡 5번과 6번 연주로 시작한 ‘베토벤 사이클’의 일환이다. 소프라노 이정혜와 메조소프라노 아야 와키조노, 테너 김우경, 베이스 우경식이 서울시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등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향은 19일과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찰스 아이브스의 관현악곡 ‘대답 없는 질문’에 이어 ‘합창’을 연주한다.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가 지휘봉을 잡는다. ‘합창’ 무대는 소프라노 황수미와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박지민과 베이스 박종민에 국립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꾸민다.

KBS교향악단은 26일 롯데콘서트홀,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음악감독 요엘 레비의 마지막 ‘합창’ 지휘 무대다. 소프라노 이명주,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테너 강요셉, 베이스 이동환과 고양시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서울시합창단이 함께한다. ‘합창’에 앞서 번스타인의 합창곡 ‘치체스터 시편’을 cpbc소년소녀합창단과 함께 들려준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작년에 이어 상임지휘자 박영민의 지휘로 27일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합창’을 들려준다. 솔리스트로 소프라노 신지화와 알토 정수연, 테너 허영훈과 베이스 유승공이 나선다. 이 밖에 부산시립교향악단은 19, 20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최수열의 지휘로 소프라노 서선영과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정호윤, 바리톤 강형규가, 대전시립교향악단은 20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다니엘 라이스킨의 지휘로 소프라노 김혜원과 메조소프라노 변정란, 테너 권순찬, 바리톤 길경호가 ‘합창’을 선보인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