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정당' '민주화' 키워드로 본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일상에서 만나는 한국 정치는 결코 유쾌하지 않다.

큰 기대감 속에 선출된 대통령은 얼마 지나고 나면 실망과 원망의 대상으로 바뀌고,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눈앞의 정파적 이해관계에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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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나름대로 진전돼왔다고 일단 긍정 평가한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불만은 오히려 더 커졌고 정치 개혁의 갈망도 그만큼 강해졌다며 안타까워한다.

정치에 대한 답답함은 어디에서 생겼을까? 강 교수는 "그 답답함은 국민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선거에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현재의 정치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지적한다.

지역주의, 이념, 당파성 등 국민을 갈라놓고 줄 세우기 해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현행 정치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는 얘기다.

강 교수가 펴낸 교양서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은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탄생부터 오늘날의 '촛불'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치의 흐름과 특성, 문제점들을 '대통령', '선거', '정당', '민주화'라는 4가지 키워드로 살핀다.

이번 신간은 인물 중심의 정치사가 아닌 권력체제와 선거, 정당 등 정치 시스템의 틀로 크고 작은 사건들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이는 곧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대답이자 '대한민국이 어떻게 만들어져가야 하는가'에 대한 모색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한국 정치'는 시끄럽고 혼란스러우며 세상이 뒤집힐 것 같은 분노와 저항에 빠져들곤 한다.

하지만 잦은 잡음 속에서도 한국 정치는 대통령 탄핵과 같은 정치적 위기도 헌정 질서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해오며 민주주의 공공화 과정을 안정적으로 밟아왔다.

독재부터 촛불까지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정치의 궁극적 기능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그 해답으로 '질서 유지'를 꼽는다.

갈등과 다툼을 제도화해 사회를 안정적 상태로 유지하는 게 정치의 주요 기능이며, 그렇기에 정치의 공간인 국회는 본질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장소라는 것이다.

정치가 시끄럽다고 해 그저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일이 진행돼가는 협치의 단계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관점의 전환'을 당부한다.

"정치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갖는 집단끼리 타협과 양보에 의해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이다.

그래서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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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는 공공 사안에 대한 시민의 관심 표출과 정치 참여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거대한 집회가 이처럼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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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1부 '대통령, 한국 정치의 드라마틱한 주인공'에서는 임시정부 수립 이후 정부 형태의 변화, '제왕적 대통령'의 탄생과 대통령제의 위기 등을 통해 한국 정치가 봉착한 근본적 문제를 살핀다.

제2부 '선거, 격변을 예고하는 중요한 시그널'은 한국 정치사를 이끌어온 '선거'를 중심으로 4·19혁명 등 굴곡진 사건과 지역주의 정치 등을 예로 들며 진정한 민주주의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다.

제3부 '정당, 정치의 역사를 쓰다'에서는 해방 이후 한국의 정당이 왜 이념적 특성을 갖게 됐는지 등을 돌아보며, 4부 '민주화, 일상에서 <촛불>을 만나다'는 분노와 혁명으로 세운 민주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정치 공동체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정치 개혁이 요구되고 있으며, 그러한 새로운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우리 정치가 걸어온 길, 우리 정치제도가 갖는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집필 이유를 밝힌다.

더불어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속하려면 끊임없는 성찰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1세기북스. 328쪽. 1만6천원.
독재부터 촛불까지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