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업계, 사람 지정 중심 무형문화재에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
전문가들 "과거 문화재보호 관점의 문화재보호법 개정 필요"
"무형문화재 돈과 권력 독점…정부, 공정가치 실현 위한 제도 개선 나서야"
문화 융성을 위해 활용돼야 하는 무형문화재가 어느덧 문화 독재의 상징이 돼 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화 융성을 위해 활용돼야 하는 무형문화재가 어느덧 문화 독재의 상징이 돼 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화 융성을 위해 활용돼야 하는 무형문화재가 어느덧 '문화 독재의 아이콘'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15일 4년간의 논란 끝에 승무·태평무·살풀이춤 보유자 인정 안건을 심의해 각각 1명, 4명, 3명의 보유자 인정을 의결했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보유자 지정을 떠나 4년간 왜 논란에 휩싸였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승무·태평무·살풀이춤의 경우 관련 종사자가 600명에 육박하는데도 8명만 꼽아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학계와 업계에서는 특정인이 아니라 종목 자체에 대한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오고 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종목의 경우 종목 전체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관련 산업 종사자 전체가 향유하고 문화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를 보존해 민족문화를 계승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함과 아울러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1962년 만들어졌다.

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문화 융성보다 문화재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특히 무형문화재의 경우에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그리고 산업화 과정에서 사양산업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정 배경으로 인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들은 국가로부터 죽을 때까지 지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학계와 업계는 무형문화 산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현행법이 문화 산업을 도태시킬 뿐이라는 입장이다.

무형문화재 종목들이 소멸될 위기를 벗어나 이제는 대중적으로 보급이 된 만큼 문화 융성을 위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비판이다.

이장렬 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은 "과거 일본 강점기와 6·25 그리고 산업화 시대 보호를 위해 존재했던 문화재보호법이 어느덧 문화 독재를 부추기는 법이 돼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시대가 변하는데 법은 변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이제는 문화재보호법도 특히, 무형문화재 관련 법안은 문화 융성적인 측면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이사장은 "일부 사람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종목별로 지정을 해야 한다"면서 "일부 사람들이 독점하는 시스템을 넘어야 문화 융성 역시 가능하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아직도 일부 마이너한 장르들이 있지만 무형문화재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 현 상황"이라며 "예중·예고 시스템을 거쳐 이제 대학에는 무형문화재 관련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전승 환경이 변한 것을 제도가 쫓아가지 못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특히 종목별로 분야별로 인기 분야의 경우 독점화, 사유화되는 경향이 심해졌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또 "자연스럽게 자본화가 돼 보유자 한 사람이 차지하는 권력으로 인한 폐해와 잡음이 심각해졌다"면서 "공정을 중시하는 것이 현 정부의 기조인 만큼 정부는 시대와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 알맞게 종목별·분야별 맞춤형 무형문화재 선정으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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