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리, 원행스님 예방자리서 'OK'…"저도 불교에 관심 많아"
현지 포교원 설립도 긍정 의사…원행스님 "한국 전시 수락해줘 고마워"
'석가모니 고행상' 국내 올듯…파키스탄, 한국 전시 동의(종합)
간다라 미술의 절정으로 평가받는 석가모니 고행상(苦行像)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전시될 전망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20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총리 청사에서 임란 칸 총리를 예방하고 석가모니 고행상의 한국 대여와 전시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를 확인했다고 조계종 관계자는 전했다.

원행스님은 이날 칸 총리를 만나 "간다라 불상(석가모니 고행상)을 한국 불자에게 소개할 기회를 제공해주면 좋겠다"며 한국으로 대여 의사를 타진했다.

이에 칸 총리는 "좋다"고 즉석에서 화답했다.

원행스님은 "총리께서 고행상 한국 전시를 수락해줘서 고맙다.

이런 것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더 번창하길 기원한다"고 사의를 표했다.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에 전시된 고행상은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기 전 6년간의 극한 고행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84㎝ 높이의 좌상이다.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와 그 위로 날이 선 힘줄과 핏줄은 당시 고행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이 불상은 간다라 양식으로 제작됐다.

이 양식은 알렉산더 대왕(BC 356∼323)의 동방 원정으로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가 고대 인도 북서부 지역인 간다라에 전해지며 생겨난 불교 미술 양식을 말한다.

사실적인 묘사가 그 특징이다.

이 고행상은 간다라미술의 상징과도 같아 이 시대 불교 혹은 불교 미술사를 소개하는 책자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한국은 2년 전에도 파키스탄 정부에 고행상의 한국 대여와 전시를 타진했으나 실무 협의 과정에서 양측 간 견해차가 커 대여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 정부가 이 불상의 한국전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향후 이를 위한 양측의 별도 접촉이 있을 전망이다.

칸 총리는 파키스탄에 한국 불교의 포교원을 건립하고 싶다는 원행스님의 요청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원행스님은 "(총리께서) 세계 종교 평화와 불교 유적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고맙다"며 "세계 종교 평화와 불교 화합을 위한 파키스탄 내 포교당 건립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석가모니 고행상' 국내 올듯…파키스탄, 한국 전시 동의(종합)
칸 총리도 "그래요"라며 포교원 설립에 동감의 뜻을 확인했다.

그는 "파키스탄 정부는 힌두교, 시크교, 불교, 수피교 등 4개 종교의 주요 성지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그러한 종교유적에 대해 재정을 투자하고 보존·개발할 것을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저 역시 불교에도 관심 많다"고 강조했다.

칸 총리는 "탁실라, 수와트, 길기트 등 이런 곳들이 불교와 관련 있는 곳이고 특히 수와트 지역은 땅을 팔 때마다 불교 유물이 나오고 있어 불교 유적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면서 "조계종이 얼마나 많은 곳을 다닐 예정이냐"며 파키스탄을 찾은 한국 불교 방문단 일정에 관심을 보였다.

원행스님은 "마라난타 스님이 한국에 불교를 전해준 것처럼 그러한 은혜를 갚는 의미에서라도 파키스탄 많은 곳을 순례하고 싶다"고 답했다.

칸 총리는 크리켓 스타 출신이다.

크리켓 국가대표로 1992년 크리켓 월드컵에서 파키스탄을 우승으로 이끈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원행스님이 "스포츠 스타라고 들었는데 건강한 모습을 보니 반갑다"고 하자 칸 총리는 "21년간 국제 경기에 참여하는 등 운동을 했다.

스포츠맨으로 활동했던 것도 21년, 정치인도 21년째"라고 소개해 덕담이 오가기도 했다.

원행스님은 이날 칸 총리 예방에 앞서서는 맘눈 후세인 대통령과 외교부장관, 종교부장관도 잇따라 만나 한국 불교 협력방안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16일 한국을 떠나 파키스탄에 도착한 원행스님 등 조계종 방문단 일행은 17일 펀자브주(州) 라호르박물관 내 고행상 앞에서 입재를 올리며 8박 9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