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홈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뱅앤올룹슨은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사운드 바 '베오사운드 스테이지'를 선보였다. 직사각형 모양의 프레임에 패브릭 커버로 전면을 감싼 디자인에 길이 110cm, 두께 7.7cm, 무게 8kg으로 TV와 함께 벽에 걸거나 선반에 올려 두고 사용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업계 1위다. 하지만 신세계·현대백화점에 비해 유독 뒤처지는 분야가 있다. 가구와 생활소품 등을 다루는 리빙 부문이다. 경쟁사들이 가구회사를 인수하고, 해외 브랜드를 들여올 때 롯데는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명품과 식당에 이어 백화점업계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는 리빙 부문에서 롯데백화점이 반격에 나선다. 롯데는 15일 서울 강남점에 영국 프리미엄 가구·생활용품 편집숍인 더콘란샵을 연다. 고급화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고급화로 승부더콘란샵은 1974년 영국 인테리어 디자이너 테렌스 콘란이 내놓은 브랜드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3개국에 매장이 있다. 롯데 강남점 매장은 세계 12번째가 된다.더콘란샵은 강남점 1, 2층을 모두 쓴다. 총 3305㎡(약 1000평) 규모다. 매장에서는 2500원짜리 접시부터 4000만원대의 소파까지 판다. 1층은 주로 소품을 판다. 향수, 디퓨저 등 홈 스타일링 제품과 주방용품, 욕실용품은 물론 인테리어용 미술품까지 갖췄다.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이 긴 시간 머물게 하기 위해 한쪽에는 카페 ‘올비’를 집어넣었다. 더콘란샵 창업자 테렌스 올비 콘란의 중간 이름을 딴 카페다.2층에서는 가구와 조명, 침구 등을 판다. 비트라(스위스) 아르텍(핀란드) 칼 한센(덴마크) 놀(미국) 등 유명한 가구 브랜드 상품을 전시했다. 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 폴센, 프랑스 쿠션 브랜드 줄팡스 등 국내에선 생소한 브랜드 제품도 갖췄다. 위스키를 시음하며 전문가와 인테리어를 상담할 수 있는 ‘VIP룸’도 마련했다.신동빈 롯데 회장은 더콘란샵이 개장하기 전날인 14일 현장을 방문해 큰 기대를 나타냈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휴 왈라 더콘란샵 최고경영자(CEO) 등과 매장을 둘러봤다. 롯데 관계자는 “백화점의 새로운 시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프리미엄 브랜드만 모은 리빙 상품 전문 편집숍을 백화점이 여는 것은 롯데가 처음”이라고 말했다.명품·식당에 이은 새로운 경쟁지롯데백화점 강남점의 더콘란샵 매장은 구두, 가방 등을 팔던 곳이다. 기존 1층에 들어서 있던 구두·잡화 매장과 2층 여성 영캐주얼 매장을 없애고 그 자리에 문을 열었다. 가구·생활용품에 백화점 1, 2층을 내준 건 그만큼 리빙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롯데가 미적거리는 사이 다른 백화점들은 이 시장을 발견하고 치고 나갔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영등포점 B관의 2~6층을 통째로 생활전문관으로 바꿨다. 업계 최초로 건물 한 동 전체를 생활전문관으로 꾸민 것. 약 5000㎡(1500평) 규모로 2층에선 로얄코펜하겐 식기 등 부엌 관련 상품을, 3층에선 가전제품을 판다. 4층(침실·욕실용품)과 5~6층(거실 공간 상품과 가구)에도 층별 구성을 달리했다. 스위스 인테리어 가구 USM 등 기존엔 찾기 어려웠던 수입 브랜드까지 총 90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앞서 가구업체 까사미아를 인수한 것도 성장하는 리빙 시장을 겨냥한 포석이었다.현대백화점은 2012년 가구업체 현대리바트를 사들인 데 이어 2017년에는 미국 최대 가구·생활용품 기업인 윌리엄스 소노마를 들여와 국내에서 독점 판매하고 있다. 인수 첫해 5049억원이었던 현대리바트의 매출은 지난해 1조351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지하 1층에는 44가지의 다양하고 선명한 색감을 표현하는 핸드백, 잡화 매장 ‘피브레노’가 문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로마의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 된 본매장은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백화점 제공.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롯데는 1979년 말 서울 소공동에 ‘롯데쇼핑센터’(현 롯데백화점 본점)를 열었다. 국내에서 가장 ‘현대화된’ 백화점이었다. 개장 첫날 30만 명이 넘는 ‘구름 인파’가 몰렸다. 입장객 수를 조절하기 위해 셔터를 하루에도 여러 번 닫았다. 하이라이트는 백화점 1층 매장이었다. 금강 구두, 루이까또즈 핸드백, 귀금속 매장이 자리잡았다. 당시 소비자들이 ‘선망했던’ 상품 목록이다. 이후 백화점 1층은 변화를 거듭했다.세 번의 변화1980년대부터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백화점 전성기였다. “롯데백화점에는 돌을 갖다 놔도 팔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구두, 핸드백, 귀금속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나눠 가진 소비자들의 첫 번째 구매 리스트였다. 1990년대 중반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1995년 신세계 본점에 루이비통 매장이 들어선 뒤 명품이 밀고 들어왔다. 구두, 핸드백 등 ‘잡화’ 매장은 서서히 2층으로 밀렸다.외환위기 이후 대형마트가 급성장하며 백화점 1층 매장은 또 한 번 급변했다. 수입 화장품들이 1층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마트는 실속형, 백화점은 고급형으로 방향을 잡아간 영향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백화점 1층 매장은 명품과 에스티로더, 랑콤, 샤넬 등 수입 화장품 매장이 차지하고 있다. 백화점 수익에도 좋았다. 수입 화장품은 매장을 좁게 쓰고 매출을 많이 올려줬다. 소비자들의 ‘수요’와 백화점의 ‘필요’가 만나는 지점에 수입 화장품이 있었다. 2010년까지 백화점은 명품, 해외 화장품 등을 기반으로 성장했다.이후 최근까지는 ‘명품 확장 경쟁의 시기’로 부를 만하다. 백화점들은 2010년 이후 경쟁하듯 명품 매장을 늘렸다.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3대 명품’은 고급 백화점의 상징이 됐다.리빙 브랜드를 1층에 넣는 모험백화점은 최근 또 다른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생존’의 위협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면세점, 해외직구 등에 손님을 빼앗긴 백화점들은 몇 해 전부터 매장 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를 선점하지 못한 롯데백화점의 고민은 더 크다.오는 15일 창립 40년을 맞는 롯데백화점은 생존을 위한 변신을 시도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천편일률적이었던 1층을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테마형 전문관’으로 바꾸기로 했다.15일 롯데백화점 강남점 1~2층에 들어서는 ‘더콘란샵’이 테마형 전문관이다. 더콘란샵은 가구, 조명, 인테리어 소품 등을 판매하는 해외 리빙 편집숍이다. 가격대가 매우 높은 편이다. 노르웨이의 칼 한센, 영국의 톰 딕슨 등 세계적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제품이 많다. 리빙 상품 매출이 최근 큰 폭으로 늘자 롯데는 과감히 리빙 편집숍에 ‘명당자리’를 내줬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말 문을 연 안산점 신관 1층에 무인양품을 넣는 등 리빙 분야를 키우고 있다.테마형 전문관의 또 다른 키워드는 ‘체험’이다. 백화점이 최우선시하는 ‘평당 매출 극대화’를 포기한 대신, ‘집객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6월 김포공항점이 시작한 ‘쥬라기 월드 특별전’은 그 전형이다. 백화점 1층에 공룡 모형을 전시했다. 쥬라기 월드 특별전 덕분에 김포공항점은 이 지역 ‘명소’가 됐다.본점·잠실점 등 명품 백화점으로롯데백화점이 1층 공간을 바꾸는 또 다른 포인트는 해외 명품이다. 소비 양극화로 명품 등 고가 상품은 백화점에서, 중저가 상품은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게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을 ‘한국의 대표 명품 백화점’으로 바꾸고 있다. 1층에 있는 해외 화장품 브랜드를 다른 층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명품 매장을 넣기로 했다.롯데는 신세계, 현대 등 경쟁 백화점에 비해 명품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국 주요 상권 곳곳에 백화점을 짓는 ‘다점포’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략은 최근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고 롯데는 판단했다. 롯데는 우선 명품 확대가 가능한 본점, 잠실점, 부산본점 등 대형 점포 위주로 공사를 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화장품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명품 매장을 두르는 식이었다면, 앞으로는 매장 한가운데에도 명품 매장을 전진 배치한다. 지방의 소형 백화점에는 컨템포러리(준명품)를 넣어 명품을 대체한다. ‘롯데백화점은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한다는 것이다.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