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옥션이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여는 경매에 추정가 9억~16억원으로 출품한 김환기 ‘야상곡’.
K옥션이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여는 경매에 추정가 9억~16억원으로 출품한 김환기 ‘야상곡’.
초현실주의 거장 마르크 샤갈의 그림,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수작,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국민화가 박수근의 작품, 추사 김정희의 글씨, 김환기의 반추상화 등 미술사적으로 검증된 거장들의 희귀작 208점이 경매에 오른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오는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 경매장에서 실시하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 경매를 통해서다. 출품작의 추정가 총액이 약 147억원에 이른다. 미술 투자자를 흥분시킬 만한 그림은 물론 고미술, 고악기, 보석 디자인까지 작품 영역을 넓혔다.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그림과 같은 비교적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만큼 기업이나 거액 자산가, 골프장, 고급 호텔 등 ‘큰손’ 컬렉터들이 매수세에 적극 합류할지 주목된다.

14억~20억원대 김환기 ‘점화’

샤갈·보테로·김환기·백남준…미술 거장들 작품 147억원대 경매
K옥션은 이번 경매에 김환기의 1960년대 반추상화와 점화(點畵) 등 여섯 점을 ‘얼굴 상품’으로 전면에 배치했다. 1961~1964년에 완성한 반추상화 ‘야상곡’은 가로 65㎝, 세로 100㎝ 크기로 진한 청색 바탕에 선과 색면으로 밤하늘에 뜬 보름달과 산을 묘사한 희귀작이다. 추정가는 9억~16억원이다. 뉴욕 시대 점화 ‘19-V-69 #57’은 추정가 14억~20억원에 나왔다. 점과 선, 면의 조형 형식을 면밀히 탐구한 작품으로 이번 경매에서 최고가를 쓸지 주목된다.

영국 최대 미술관 테이트모던에서 회고전을 열고 있는 백남준의 작품도 네 점이나 경매에 부친다. 1980년대 제작한 ‘TV는 새로운 심장(TV is New Hearth·추정가 5억8000만~10억원)’은 신전을 연상시키는 건축적인 요소와 비디오라는 과학적인 요소를 결합한 조각이다. 앤틱한 우드 프레임 안에 아홉 개의 모니터를 배치해 다자간 소통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은유했다.

백남준과 더불어 국제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이우환의 ‘바람’ ‘조응’ ‘대화’ 시리즈 등 시기별 작품들도 나온다. 파리 퐁피두센터 메츠에 이어 미국 디아비컨과 허시혼미술관에서 초대전을 하고 있는 이우환의 국제적 명성이 그림값에 얼마나 반영될지 기대된다. 사진으로만 전할 뿐 소재가 묘연하던 구본웅의 ‘고행도’(2500만~5000만원)와 ‘만파’(2500만~5000만원), 박수근, 천경자, 장욱진, 김창열 등 한국 유명 작가의 작품도 골고루 출품됐다.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애프터 고야'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애프터 고야'
해외 거장의 작품도 줄줄이 경매에 올린다. 보테로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 ‘오수나 공작부인’에서 영감을 받은 ‘애프터 고야(After Goya)’는 추정가 9억~18억원에 경매한다. 풍만한 여성의 몸이 뿜어내는 매혹뿐만 아니라 라틴문화에 자신의 예술혼을 쏟아부은 풍만한 양감을 통해 인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감성을 환기시킨다. 프랑스 천재 예술가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도 눈에 띈다. ‘생 피에르가 있는 정물(StillLife with Saint Pierre)’은 물고기의 지느러미와 뾰족한 가시를 짙고 날카로운 선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추정가는 4억5000만~7억원이다. 러시아 출신 프랑스 화가 샤갈의 몽환적인 작품 ‘지붕 위 바이올리니스트와 모성’은 추정가 4억~6억원으로 경매에 부친다. 바이올리니스트와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을 밀도 있게 구성해 사랑과 모성의 위대함을 극대화한 수작으로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추사의 대표작 ‘김복규 정려비송’ 눈길

고미술 분야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 ‘김복규 정려비송’(5억~10억원)을 비롯해 추사가 부채 위에 쓴 완숙하고 균형미가 탁월한 ‘시품’(2000만~5000만원), 19세기 조선 왕실 대례복에 사용한 ‘대삼작 노리개’, 석지 채용신의 초상화, 조선시대 책가도 등이 낙점을 기다린다. 조선 중기에 활동한 유명인의 글씨와 편지를 모은 특별섹션도 마련했다. 효종대왕, 류성룡, 이황, 이정, 고경명, 최명길의 간찰과 서첩 등이 눈길을 끈다.

도현순 K옥션 대표는 “경기 위축으로 시장의 소비 경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것에 발맞춰 출품작도 아주 귀하거나, 완전히 새롭거나 양 갈래로 나눴다”며 “경매 참여를 원하면 K옥션 회원으로 가입한 뒤 서면이나 현장, 전화로 응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