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북미 개봉 외국어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
북미 수입 131억원 돌파

'독도는 우리땅' 개사한 제시카 징글
트위터서 화제되기도

현지 관객, 평단서 호평 받아
내년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가능성 '기대'
"영화는 1초도 바뀐 게 없는데, 칸에서부터 여기 미국 개봉까지 여러가지 벌어진 일들이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사회에서 봉준호 감독.

프랑스 칸 영화제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이 북미 관객을 사로잡으며 오스카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최근 북미 수입 1100만 달러(한화 131억 원)를 넘기며 올해 북미 개봉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입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북미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입이며 봉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의 누적 박스오피스 매출 456만 달러(한화 53억 원)를 뛰어 넘는 수치다.

봉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 식 유머 코드는 한국과 북미를 비롯 해외 관객을 하나로 잇게 했다. 특히 영화 팬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제시카 송'이 한 예다.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

기우(최우식)의 소개로 부잣집 괴외 선생님으로 들어가게 된 기정(박소담)이 부른 노래 가사다. 이는 '독도는 우리땅' 노래를 개사한 것으로, 기정과 그의 오빠 기우(최우식)가 학력을 속이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제시카 징글'을 부르고 있는 박소담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제시카 징글'을 부르고 있는 박소담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무심한듯 시크하게 부른 이 노래는 미국 영화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밈(Meme)'(유머 콘텐츠)가 된 것이다. 이른바 '제시카 징글'(Jessica Jingle)로 불리며 트위터 등에서 회자 되는 중이다.

네티즌들은 "자꾸 머릿속에서 맴도는 리듬", "어떻게 발음하는지 배우고 싶다", "중독되는 노래"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한 배급사는 "이 곡의 원곡 '독도는 우리땅'은 한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을 다룬 노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은 공식 홈페이지에 음원을 다운받도록 했으며 공식 SNS에 박소담이 직접 노래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게시했다. 배급사가 만든 홈페이지에서는 제시카 징글 MP3 버전도 무료로 제공 중이다.
영화 '기생충'

영화 '기생충'

이렇듯 다각도로 입소문이 나면서 '기생충'은 꾸준히 흥행과 함께 현지 관객과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마블 시리즈와 같이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꼭 봐야 하는' 영화로 꼽히고 있다. 이에 내년 2월 열릴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의 수상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봉준호 감독의 가장 최신작이자 걸작이며, 올해 내가 본 최고의 영화다"라고 평가했다.

유명 비평가 A.O. 스콧은 뉴욕 타임스를 통해 "'기생충은 공포, 풍자, 비극을 다양하게 보여주며 한국뿐만 아니라 그 어디에도 존재하는 계급 투쟁에 관련한 날카로운 교훈을 전달한다.'기생충'을 올해의 영화로, 봉준호를 세기의 감독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작품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버라이어티는 "'기생충'은 아카데미 상의 여러 부문에서 수상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오스카상은 국제영화제가 아니잖아요. 그저 로컬일 뿐."

봉 감동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영화가 20년 동안 큰 영향을 미쳤음에도 한작품도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영화가 오스카상에 입후보 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스카상은 국제영화축제가 아니라 그저 로컬(지역 축제)일 뿐"이라고 답해 많은 미국 관객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오스카는 국제영화상으로 외국어 영화상 명칭을 변경하고 심사 규칙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이 '기생충'의 수상 전망에 유리한 조건이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

영화 '기생충' 포스터

지난해에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출품돼 예비후보 10편에 들었으나 최종후보 5편에서는 탈락했다.

지난해까지 심사 방식은 100개 가까이 올라오는 각국 출품작 가운데 아카데미 회원 투표를 통해 예비후보 10편을 정한다.

이를 다시 최종후보 5편으로 압축할 때는 아카데미 전체 회원 투표가 아니라 내부의 자체 심의를 진행한다.

최종후보 5편을 고를 때까지 전 과정에 걸쳐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만 이뤄지도록 심사 방식을 바꾼 것이다. 내년 시상식에는 93편이 경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할리우드를 비롯해 미국 시장에 본격 상륙한 '기생충'은 대다수 연예매체에 의해 10대 경쟁작에 포함되는 분위기다.

아카데미 회원 중 여성의 비율이 2015년 25%에서 올해 32%로 눈에 띄게 높아졌고 유색인종 회원은 4년 전 8%에서 올해 16%로 2배가 됐다는 점에서 회원 투표 결정 방식은 '기생충'에 다소 유리한 국면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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