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성당서 영결미사 거행…"하신 일 많지만, 공도 과실도 있어"
생전 일화 소개 때 좌중 미소…"줄담배로 결국…서강대·학생 많이 사랑해"
"하느님 품에서 평화와 안식을"…박홍 신부 '영면 속으로'

당뇨 합병증 등으로 오랜 시간 투병하다 선종한 고(故) 박홍 전 서강대 총장 신부가 11일 영면에 들어갔다.

예수회 한국관구는 이날 마포구 예수회 센터 성당에서 유족과 성직자, 일반 신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홍 신부 영결미사를 거행하고 고인을 하느님의 품으로 떠나보냈다.

박홍 신부는 생전 예수회 회원이었다.

영결미사는 입당성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를 시작으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자신을 고인의 신학교 수료 동기라고 소개한 정한채 신부는 강론에서 "바로 이 자리에 판잣집이 있었는데 박홍 신부와 제가 그 판잣집에서 수료했다"면서 "같은 방을 6개월가량 써서 신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강인했고, 힘이 있었다"며 생전 박홍 신부를 떠올렸다.

이어 "신부님은 하신 많은 일이 있는데 학교를 많이 사랑했다.

이 과정에서 공도 있지만, 과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병이라는) 그 시련 속에도 그리스도를 잊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오랫동안 시련 속에 놔두시고 드디어 불러가셨는데, 우리는 이 점에 대해서 매우 슬프게 여긴다"고 추모했다.

정 신부는 "신부님도 하느님 심판을 받고, 우리 모두도 하느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하느님께서 신부님께 평화와 안식을 허락하시고, 신부님을 당신 품 안에 받아주시길 기도드린다"고 염원했다.

가톨릭 영결미사에서는 보통의 미사와 달리 참석자들이 미소로 서로를 향해 인사를 하며 평화를 바라는 '평화의 인사' 순서를 생략한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예수회 정제천 관구장은 생전 박홍 신부 특유의 쾌활함을 언급하며 신자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하자고 권해 참석자들이 두손을 모으고서 서로를 향해 평화를 비는 인사를 건넸다.

"하느님 품에서 평화와 안식을"…박홍 신부 '영면 속으로'

미사에 이어 열린 '고별식'에서는 류장선 신부가 생전 박홍 신부가 낳은 재미있는 일화들을 소개해 장내 분위기가 일시 밝아지기도 했다.

그는 "평소 줄담배를 피웠다"며 "성소를 담당하며 면담을 할 때 담배를 계속 피우며 혼자 그렇게 얘기를 많이 했다.

담배가 떨어져 (면담 온 사람에게) 담배가 없느냐, 담배가 없다고 하면 면담을 다음에 하자고 농담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결국은 담배를 끊지 못해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투석을 받게 됐다고 생각한다.

왼쪽 발가락 세 개를 잘라냈고, 양쪽 손가락은 썩어들어갔다"며 고통스러웠던 투병 과정을 전했다.

류 신부는 "박홍 신부는 서강대를 어느 분보다도 사랑했다"며 "서강대 총장을 연임해서 8년 동안 했는데 외부 기업 후원이 많이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박홍 신부가) 주사파 발언으로 많이 알려지며 기업들이 너무 좋아했고, 기금 모금을 하며 옳은 소리를 많이 해서 기업으로부터 인기도 좋았다"고 해 좌중에서 웃음이 나왔다.

또 서강대 총장으로 있으면서 현대건설에 학교 건물 신축비의 잔금을 치러야 했을 때 고(故) 정주영 회장을 찾아가 당시 사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만류에도 잔금을 면제받을 일, 서양식 윷놀이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류 신부는 "박홍 신부는 1970∼80년대 군사정부 시절 데모(시위)하다 구금된 학생들을 찾아가 신원보증을 하고 석방하는 역할도 했다.

군사 정권 때 신군부 합동수사단에 끌려가 수사를 받기도 했다"며 그가 학생들을 사랑했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박홍 신부는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당신 차례'라는 말을 많이 했다.

사랑하는 박홍 신부의 안식을 빌며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는 날까지 기도를 많이 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인은 1970∼80년대 군사정부에 반대해 민주화 운동에 나섰으면서도 1990년대에는 돌연 주사파(主思派) 배후 발언 등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총장 시절에는 학생들과 막걸릿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눌 정도로 소박했던 인물이다.

이날 영결미사 동안 성당 가운데 머물렀던 고인은 용인 천주교묘지 내 예수회 묘역으로 옮겨져 안식에 들어간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