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의 저녁 위로/ 흰 눈이 싸락싸락 내리고/ 바람이 멎는다/ 겨울도 깊어지면/ 소리가 없는 것/ 산 아래 마을에서/ 패 다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홀홀히 털고 웃으며/ 미리 만드는 무덤/ 그 속에 악플 들어가지 않아/ 생애로부터 잡풀 솟지 않고/ 뜻 없이/ 흰 눈만 쌓여있게 되기를.' (시 '침묵으로부터' 전문)
요즘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

안간힘을 다해 악쓰며 아웅다웅해야 하는 삶이 지친다고.
배려하며 함께 살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새삼 느끼는 시대에 한 시인이 공존을 노래한다.

장재선 시인이 새로 펴낸 시집 '기울지 않는 길'(서정시학)이다.

시인도 직접 '공존의 꿈'을 이번 시집에 담았다고 말한다.

대립과 갈등이 극한에 달한, '만인 대 만인' 투쟁이 펼쳐지는 우리 사회에서 서로 조금씩 참고 아픔을 견디며 '흰 눈만 쌓인' 세상을 만들고 싶은 시인의 서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사랑의 힘을 바탕으로 동행을 소망하고 인간과 자연, 역사가 어우러져 진화하는 공동체를 꿈꾼다.

모성을 통한 소통도 시도한다.

배우 나문희, 최불암, 한혜진, 소리꾼 장사익, 가수 현숙, 산악인 엄홍길 등 시인이 오랫동안 교류한 유명 인사들의 모습을 통해서도 공존의 메시지를 전한다.

배우 최불암은 추천사에서 "시집은 공존을 주제로 한다.

내가 장 시인과 평소 대화할 때마다 공감하던 주제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를 은근하면서도 절실히 담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선은 '시문학'을 통해 등단해 시집 '시로 만난 별', 산문집 '영화로 만난 세상' 등을 펴냈다.

서정주문학상 등을 받았다.

공존을 노래하는 장재선 시집 '기울지 않는 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