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군림했던 배우 윤정희 측이 알츠하이머 투병 소식을 전했다. /사진=영화 '시' 포스터
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군림했던 배우 윤정희 측이 알츠하이머 투병 소식을 전했다. /사진=영화 '시' 포스터
배우 윤정희(75)의 남편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아내의 알츠하이머 투병 소식을 밝혔다.

10일 백건우 내한 공연 담당 공연기획사 빈체로 측은 윤정희가 딸과 동생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세가 악화된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 5월부터 프랑스 파리의 딸 진희 씨 집에 머물고 있는 윤정희는 요리하는 법도 잊을 정도였다.

윤정희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2010)에 출연했을 때부터 증세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화에서 윤정희는 치매로 기억이 망가진 '미자' 역을 맡아 열연해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받았다. 또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윤정희는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리던 배우다. 3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해 대종상 여우주연상 등 24차례의 상을 받았다.

그는 1976년 파리에서 백건우와 결혼해 그의 공연장과 시상식장에 항상 동행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쇼팽:녹턴 전집' 발매 기념 간담회에선 윤정희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당시부터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건우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주 여행을 같이 다니면 환경이 바뀌니까, 힘들어했다. 고맙게도 딸이 돌봐줄 수 있겠다고 해서 지금은 평안히 잘 지낸다"고 전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딸 진희씨는 "엄마는 본인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병이라고는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요즘도 '촬영이 몇시야'라고 물을 정도로 배우로 오래 살았던 사람"이라며 "이 병을 알리며 사람들의 사랑을 엄마가 다시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병명을 세간에 밝힌 이유를 털어놨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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