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 장편소설…'기이한 이야기'로 현대 사회 투영
수림문학상 수상작 '로메리고 주식회사' 출간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공동 제정한 수림문학상 제7회 수상작 '로메리고 주식회사'(광화문글방)가 출간됐다.

최영(43) 작가의 장편소설로, 오랜 사법고시 공부에서 실패하고 손해사정 법인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주인공이 잇달아 겪는 기이한 이야기를 통해 진실의 상대성과 인간의 동물적 이기심을 다룬다.

제목은 주인공이 다니는 손해사정 법인 이름이다.

입사 초반 주인공은 공원 자전거 사고를 조사하다 목격자 중 한 명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이 목격자가 맞은편 오피스텔을 향해 기마 자세를 취하자 유리창이 깨지면서 사람이 다친 것이다.

그러나 이 장면이 의도적인 '테러'인지, 우연한 '사고'인지 확신할 수 없다.

테러라면 초능력인 '장풍'을 사용한 것인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피해자는 신원을 숨기고 활동한 국가정보원 직원이다.

언론에서는 갖가지 추측과 억측이 나오고, 결국 북한 최신 무기에 의한 테러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사고가 난 오피스텔에는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산다.

3년간 사귀었지만, 여자친구는 권태를 느끼는 듯 주인공에게 애정이나 관심을 거의 주지 않는다.

여자친구 집을 드나들다 '장풍'을 사용할지도 모르는 목격자와 자주 마주치게 된 주인공은 오피스텔 테러와 공원 자전거 사고에서 공통점을 찾는다.

모두 이 목격자가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증거들을 근거로 주인공은 목격자를 '장풍 테러범'으로 확신하고 다그친다.

목격자는 정체가 밝혀지자 여자친구를 해치겠다고 위협한다.

그리고 지난번 테러는 '미필적 고의'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작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무지, 위선을 고발하고 진실의 상대성을 탐구한다.

순수문학이지만 작가는 '장풍'이라는 판타지 소재를 등장시켜 고전적인 서사 구조를 해체한다.

이야기는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다 하나의 출구에서 합쳐진다.

이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기이하고 해괴한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 우리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

지난 4일 시상식에서 작가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차이가 무엇인지, 과연 차이라는 게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많다"라며 "대중문학이 맥주라면, 순수문학은 위스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과 세계를 깊이 탐구하고 그 이해를 증류된 언어, 정제된 언어로 형상화할 따름"이라며 "우열의 문제라기보다는 스타일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순문학의 익숙한 전통이 싱글몰트 위스키였다면, '로메리고 주식회사'는 요즘 힙한 블랜디드 몰트 위스키라고 하겠다"고 덧붙였다.

수림문학상 심사위원장 소설가 윤후명은 "보험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현대 사회의 현상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인 소설가 성석제는 "개성적인 유머와 어두운 현실이 함께 투영된 생명력 넘치는 화법"이라고 평했다.

1976년 부산에서 태어난 최영 작가는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번역가로 활동하며 틈틈이 글을 썼다.

번역가가 되기 전에는 여러 직장을 다녔다.

보험사에서 손해사정 업무를 담당했고 손해사정법인에서도 근무했다.

책을 펴낸 광화문글방은 연합뉴스의 출판 전용 브랜드다.

312쪽. 1만3천원.
수림문학상 수상작 '로메리고 주식회사' 출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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