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영화제 찾은 각국 영화제위원장들 '국제영화제 전망 포럼'
"새 미디어 환경에서 영화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해야"
"넷플릭스 같은 OTT(실시간 동영상 서비스)가 등장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영화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해야 합니다.

"
세계 여러 영화제의 위원장들이 9일 저녁 강릉시 명주예술마당에서 열린 '20+80 21세기 국제영화제 전망' 포럼에서 급변하는 문화·미디어 산업 환경에서 영화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번 포럼은 강릉영화제에서 많은 영화제의 성장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했다.

윌프레드 웡 홍콩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영화가 지속할 수 있으려면 형식과 콘텐츠 측면에서 스스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며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인간의 감성은 대체할 수 없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이 모든 영화에서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웡 위원장은 "인공지능이 언어를 자동으로 번역해주면서 언어 장벽이 없어지고 영화가 더 널리 보급될 것"이라며 기술 발전에 따른 순기능도 언급했다.

키릴 라즐로고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스토리텔링은 매우 중요하다"며 "세대를 뛰어넘는 공통적인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영화제의 역할로는 경험과 공유를 들었다.

마르틴 테루안느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영화도 음악과 마찬가지의 길을 걸을 것"이라며 "20년 전에 음악을 들으려면 CD를 사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휴대전화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여전히 콘서트에 간다.

영화제도 마찬가지다.

함께 보면서 감상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라즐로고브 모스크바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영화제는 경험의 축제다.

다른 관객과 경험을 공유하는 축제"라고 강조했다.

각 영화제의 역사와 상황은 다르지만 영화제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참석자들은 예산을 꼽았다.

그러면서 예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이를 극복한 경험을 공유했다.

라즐로고브 집행위원장은 "모스크바 영화제의 경우 정부보다는 스폰서의 보조가 있었다.

그러나 2008년부터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예산이 삭감됐다"며 "영화제 기간을 10일에서 8일로 줄이고 경쟁 부문에서도 각 작품의 감독들만 초청하기로 했다.

영화제 기간을 다시 10일로 늘리고 싶지만, 아직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에다 슈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시작되고 4년 동안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았는데, 중국·대만 영화, 정치적인 영화는 초청하지 못하도록 압력이 있었다"며 "5회부터는 독립적으로 운영했는데, 예산을 감축해야 했다.

현재 초청 감독 수도 적고 감독들이 자비를 들여 영화제에 오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윌프레드 웡 홍콩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15년 전 정부가 더는 영화제에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 영화제가 힘을 잃게 된다"며 "그래서 우리는 민간부문의 많은 후원사와 협력했다.

그리고 중국과 협업해 많은 영화를 만들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포럼은 연사가 공지 없이 수차례 바뀌는 등 주최 측의 미흡한 진행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강릉영화제 측은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이 행사에 참석한다고 공지했다가, 포럼에는 불참하고 오후 열리는 피에르 리시앙 추모 행사에만 참석한다고 번복했다.

그러나 티에리 프레모 위원장은 아예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고, 이 사실은 영화제 관객들에게 미리 공지되지 않았다.

직전까지 포럼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피어스 핸들링 토론토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도 불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