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편견에 도전한 여성 지휘자…영화 '더 컨덕터'

안토니아 브리코(1902∼1989). 그는 캘리포니아 버클리 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한 최초의 여성이자, 베를린 음악 아카데미 지휘 마스터 클래스를 최초로 졸업한 미국인이다.

1930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데뷔했으며 이후에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함부르크 필하모닉, 헬싱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1938년에는 창립 96년 만에 뉴욕 필하모닉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지휘했다.

또한 클래식 음악 역사상 최초로 뉴욕필, 베를린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지휘한 첫 여성 지휘자이기도 하다.

이같이 '최초'라는 타이틀을 많이 보유한 안토니오 브리코가 많은 관객에게 낯선 이름인 이유는, 오케스트라 앞에 선 마에스트라, 즉 여성 지휘자를 보기 어려운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수많은 편견에 도전한 여성 지휘자…영화 '더 컨덕터'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더 컨덕터'는 1920~1930년대 여성 지휘자에 대한 편견에 맞선 안토니아 브리코의 삶을 다룬 영화다.

미국 뉴욕에 사는 네덜란드 이민자 윌리 월터스(크리스탄 더브라윈 분)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찼다.

어려운 가정 형편, 자신의 꿈을 지지해주지 않는 부모님 밑에서 윌리는 때로는 무모하고 과도할 정도로 그 열정을 불태운다.

음악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수소문 끝에 피아노 수업을 받게 된 윌리는 악연으로 시작한 공연기획자 프랭크 톰슨(벤저민 웨인라이트)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입양아이며, 본명이 안토니아 브리코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꿈을 폄하하기만 하는 양부모를 떠나 본격적인 음악공부를 위해 유럽으로 떠난다.

수많은 편견에 도전한 여성 지휘자…영화 '더 컨덕터'

안토니아는 수많은 편견과 장벽에 맞선다.

이미 공고화한 남성 권력은 안토니아를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통솔해야 하는 마에스트라의 자리에 세우고 싶어하지 않는다.

안토니아가 그들 앞에 섰을 때 오케스트라 남성 단원들은 그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연인인 프랭크는 안토니아가 꿈을 포기하고 자신의 아내가 되어주길 바란다.

영화 초반 콘서트홀 직원인 안토니아가 음악이 듣고 싶어 직원용 간이 의자를 들고 공연장에 들어가 앉는 등의 행동은 과한 열정으로 느껴질 정도로 터무니없다.

이는 그 당시 여성이 지휘자를 꿈꾸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일로 받아들여졌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수많은 편견에 도전한 여성 지휘자…영화 '더 컨덕터'

안토니아는 성별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소수자이기도 하다.

이민자, 그리고 노동자 계급이라는 점도 그에게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한 개인이 과연 이렇게 많은 어려움을 이겨냈는지, 극적인 요소가 다수 추가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게 만든다.

영화는 마지막 자막으로'영국 음반 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세계 20대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 중 여성은 없다 음악감독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세계 50대 지휘자 중에 여성은 없다'고 전하며 안토니아 브리코의 도전 100년 후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영화가 전하는 안토니아 브리코 이야기가 그다지 과장되지 않았음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안토니아 브리코처럼 이 유리천장에 도전해 자신들의 역사를 써나가는 여성 지휘자들이 있다.

장한나, 성시연 등이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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