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근의 자연치유] 갱년기와 식물성 에스트로겐
폐경(menopause)이란 태어난 후 약 50년에 이르는 유전적으로 이미 결정된 난소의 기능이 수명을 다해 나타나는 월경 중단 현상이다. 정확히는 생리가 완전 정지된 후 1년이 지난 시기 이후를 말한다. 생식능력의 소실을 의미하며 병적 현상이 아닌 생리적인 변화이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은 81.2세로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규정한 한국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을 50세로 가정하면 여성은 일생의 약 3분의 1 이상을 여성호르몬이 고갈된 상태로 사는 셈이다.

폐경 3~5년 전후 약 10년 동안을 갱년기(climacteric periods)라고 하는데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 대개 46∼55세 정도이다. 갱년기와 폐경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감소에서 비롯된다. 양쪽 난소기능의 저하로 생산할 수 있는 난자 수가 감소하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즉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생리량이 변하고 △얼굴·목·가슴 등에서 열이 난다고 느끼거나 붉어지며 △저녁에 땀이 나 잠들기가 곤란하다고 느끼거나, 피로·스트레스·긴장감을 겪고 △질이 건조하고 얇아지면서 성교 시 통증을 느끼며 △뼈가 약해지면서 키가 줄어들고 골절(골다공증)이 발생한다.

폐경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변화이지만, 인생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감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여성으로 살아온 것들과 이별을 하고 몸 전체에 나타나는 정신적, 신체적인 변화와 더불어 생활 전반의 변화를 감내해야 한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폐경, 다시 말해 ‘극심한 에스트로겐 결핍 상태’라는 내분비학적 전환기를 맞게 된다. 여성호르몬의 공급원이 되는 난포의 수가 이미 태생기에 결정되고 출생 후 새로운 난포의 생성은 없기 때문이다. 난포 수는 태생기에 600만개였다가 출생시 100~200만개로 줄며, 이런 감소세는 폐경이 이를 때까지 지속된다. 여성은 가임기인 40년 동안 약 480개의 난자만 배출하고 나머지는 모두 퇴화돼 자연 소실된다.

갱년기의 다양한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서 호르몬대체요법이 이뤄진다. 에스트로겐 단독요법, 또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병용요법 등이다. 일반적인 약물치료와 마찬가지로 호르몬치료도 유익성과 그에 배치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호르몬치료는 안면홍조로 인한 수면장애 등 갱년기 증상을 빠르게 개선한다. 골다공증과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흔한 부작용으로 질출혈(생리 재개 후 일정 시간이 지나 점차 소실), 오심, 구토, 우울감, 복부 팽만감, 전신적 부종 등이 나타난다. 유방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장기간 지속할 경우 논란이 생기는데 복용한 에스트로젠이 유방암 조직을 다시 증식시킬 수 있고, 프로게스틴을 함께 복용하지 않고 에스트로겐만 단독 복용할 경우 자궁내막암을 유발할 수 있다. 혈전, 심장마비, 뇌졸중, 담석질환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여성호르몬 요법은 △임신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질 출혈이 있는 경우 △유방암이나 자궁암이 있는 경우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를 앓은 적이 있는 경우 △혈전 생성을 경험한 경우 △간질환이 있는 경우에 권장되지 않는다.

다행히 모든 폐경기 여성에게 호르몬대체요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운 좋은 여성들은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고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사라지기도 한다. 또 인공적인 여성호르몬을 대체할 방법도 있다. 2005년에 발표된 WHI(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보고서는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합성호르몬대체요법(HRT) 대신 부작용이 거의 없는 식물성 에스트로겐(phytoestrogen therapy)을 폐경 치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해당하는 독일의 ‘Commission E’는 갱년기 여성를 위한 민간요법으로 승마(black cohosh)가 폐경기 신경 증상에, 아로니아베리(chokeberry) 등 베리류 열매가 호르몬 조절 작용에 각각 효과적이어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당귀를 여성 생식기 질병과 갱년기 호르몬 조절을 위해 많이 쓴다. 한국에서는 홍삼과 인삼,하수오 등이 애용되고 있다.

이 중 베리류에 함유된 안토시아닌이나 콩에 함유된 이소플라본 등 플라보노이드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하는 강력한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작용한다. 갱년기에 플라보노이드를 장기간 복용하면 안면홍조가 줄어들고, 질 세포가 성숙하며 골다공증이 줄어든다. 유방암, 결장암, 전립선암의 빈도도 줄어든다.

합성 에스트로겐은 뇌졸중, 암, 담낭질환, 심장마비 등을 유발하지만, 플라보노이드는 이런 부작용이 거의 없다. 수많은 동물실험과 인체시험에서 갱년기 증상 개선뿐만 아니라 항암 효과가 입증됐다

플라보노이드는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선점해 에스트로겐 효과를 내면서도 활성도가 에스트로겐의 2%밖에 되지 않아 ‘항에스트로겐’으로 불리운다. 즉 활성이 에스트로겐의 50분의 1에 불과해 에스트로겐에 의한 부정적 자극 효과는 훨씬 미약하다. 또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으면 플라보노이드가 에스트로겐 활성화에 나서고, 반대로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으면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해 에스트로겐 기능을 삭감한다. 이를 통해 에스트로겐의 순기능과 역기능의 균형을 잡아준다.

플라보노이드는 이같은 균형자 역할로 에스트로겐 결핍질환(갱년기, 폐경, 월경이상)과 에스트로겐 과다증(월경전증후군, 호르몬 양성 유방암), 탈모나 전립선염 등 다양한 호르몬 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