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물고기 인간' 리뷰
전설의 물고기를 두고 벌이는 두 고수의 대결
신념은 삶을 지탱하는 힘인가.

집착은 파국으로 이끄는 악마의 속삭임인가.

신념은 좋고, 집착은 나쁜 것인가.

이것들이 삶을 어디로 이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난 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물고기 인간'(魚人)은 전설의 대청어를 잡으려는 '낚시의 신'과 지키려는 '위씨 영감'의 대결 구도를 통해 우리에게 신념과 집착을 생각하게 한다.

낚시의 신은 30년 전 어느 북방 호수에서 30년마다 한 번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한 물고기인 대청어를 낚으려다 큰아들을 잃었다.

그때 위씨 영감은 한 번의 호통으로 대청어의 도주를 도운 인물이다.

사건 이후 위씨 영감은 대청어가 호수의 수호신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고, 물고기를 더는 잡지 않고 기르며 산다.

단 한 번도 물고기를 놓친 적이 없다는 낚시의 신은 대청어를 잡으려는 염원 하나로 지냈다.

둘의 격돌은 불가피하다.

전설의 물고기를 두고 벌이는 두 고수의 대결
낚시대회가 열리고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 전반부는 조금 지루하다.

하지만 낚시의 신이 등장하면서 무대에는 긴장이 감돈다.

위씨 영감과 낚시의 신은 서로 알아보고 지난 세월과 대청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동호회원들은 대청어가 실제 존재했는지, 여전히 살아있는지 의문을 품지만 두 사람은 항변한다.

그들의 믿음 속에 대청어는 생생히 살아있고 지난 30년을 지탱하게 한 힘이었다.

둘은 믿음과 기억과 세월을 공유하지만 살아온 목적, 신념 또는 집착은 완전히 상반한다.

그리고 지키려는 자와 잡으려는 자의 격돌이 시작된다.

"30년을 기다린 것은 너를 잡기 위해서였다.

나는 너 때문에 많은 것을 잃었다.

나는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오늘 너와 제대로 한판 놀아보련다"(낚시의 신)
"30년을 기다린 것은 너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너는 호수의 수호신이다.

너를 잡았다간 호수에 사는 모든 것과 인간들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위씨 영감)
두 인물의 모습은 무림의 고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일생일대의 대결을 펼치는 듯하다.

작대기를 든 위씨 영감과 낚싯대를 잡은 낚시의 신은 마치 이날을 위해 지난 30년간 무술을 수련한 듯 화려한 동작으로 합을 주고받는다.

특히 낚시 비법에 대해 문답을 주고받는 장면은 긴장감을 고조하고, 랩 배틀을 보는 듯 흥미롭다.

전설의 물고기를 두고 벌이는 두 고수의 대결
대사 한 마디 없는 '물고기'를 연기한 배우 박진호는 단연 눈에 띈다.

유려하게 헤엄치고 뻐끔거리고, 낚싯바늘에 걸려 저항하고 붙잡히는 모습이 실제 물고기를 보는 듯하다.

낚시터 일부를 이동식으로 만들어 낚싯배로 사용한 무대는 간결하지만 효율적이다.

중국 전통 피리인 후루시, 터키 민속 악기인 사즈, 전통 인도 악기인 슈르티 박스 등을 이용한 라이브 음악은 신비감과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서울시극단이 국내 초연하는 '물고기 인간'은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궈스싱 대표작으로, 지난해 한중연극교류협회 '제1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에 소개됐다.

이미 일본,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등지에서 공연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서울시극단 단장 김광보가 연출하고 베테랑 배우 강신구(낚시의 신 역), 박완규(위씨 영감 역)가 출연한다.

오는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 전석 자유석 3만원.
전설의 물고기를 두고 벌이는 두 고수의 대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