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스타 청룽처럼 웃음 주는 액션 배우 꿈꿔"
'신의 한 수' 권상우 "저 아직 액션 배우로 건재합니다"
배우 권상우(43) 하면 아직도 15년 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떠올리는 이가 많다.

왕(王)자 무늬가 새겨진 탄탄한 복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고, '몸짱' 스타로 오랫동안 대중에 각인됐다.

"사람들이 저에 관해 이야기할 때 '말죽거리 잔혹사'부터 나오는 것은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스트레스가 되기도 해요.

제가 정체된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
그래서일까.

권상우는 한동안 '탐정: 더 비기닝' '탐정: 리턴즈' '두번할까요' 같은 코미디 영화에 주력했다.

그런 그가 다시 남성미 물씬 넘치는 정통액션으로 돌아왔다.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신의 한 수: 귀수편'에서 귀수역을 맡았다.

30일 종로구 삼청동 한 찻집에서 만난 권상우는 "이 작품으로 권상우가 십수 년이 지나도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말죽거리 잔혹사' 모습을 잠식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0대 초중반 나이에 이 작품을 만난 건 제 인생의 '신의 한 수'였다"고 했다.

권상우는 전날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본 뒤에는 연출을 맡은 리건 감독을 꼭 안아줬다.

영화가 그만큼 만족스러웠다는 얘기다.

이 작품은 2014년 정우성이 주연한 '신의 한 수' 스핀오프(파생작)다.

당시 바둑과 액션의 만남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높은 완성도로 호응을 얻으며 365만명을 불러모았다.

화제작의 후속 작품인 만큼 출연 부담도 컸을 법한데, 그는 "큰 도전을 할 수 있어 오히려 기뻤다"고 말했다.

"정우성 선배와 같은 결로 연기하면, (정 선배가) 저보다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저만의 장점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접근했어요.

"
'신의 한 수' 권상우 "저 아직 액션 배우로 건재합니다"
전략은 주효했다.

우수에 잠긴 표정으로 거친 액션을 펼치는 그는 맞춤옷을 입은 듯 편안하게 극에 녹아든다.

영화 큰 줄기는 어린 시절 누나와 스승을 바둑판에서 잃은 뒤 혹독한 수련을 거친 귀수가 내기바둑에 뛰어들어 복수하는 이야기다.

권상우는 "완성본에는 편집됐지만, 사실 귀수 아버지 역시 내기바둑에서 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서 "그런 아픈 과거에다 누나에 대한 미안함이 겹쳐 복수의 결이 전편과 다르다.

막연하게 강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애처롭고 슬픈 감정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권상우는 극 중 탄탄한 몸매를 선보인다.

거꾸로 매달려 바둑을 둘 때 드러나는 상반신에는 '왕자 무늬'가 선명하다.

컴퓨터 그래픽(CG)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 권상우는 실제 귀수처럼 몸을 단련했다.

3개월간 고강도 액션 훈련을 받았고, 6㎏ 이상 체중을 감량해 체지방 9%대 몸을 만들었다.

촬영 기간에는 지방 헬스장을 찾아다니며 운동했다.

'신의 한 수' 권상우 "저 아직 액션 배우로 건재합니다"
그는 "CG로 몸매 보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8초 정도만 더 나왔어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노력과 비교해 분량이 짧아 조금 아쉽다"며 웃었다.

군대에서도 바둑과 장기는 안 뒀다는 그는 이번에 바둑을 처음 접했다.

"상대방에게 역수를 당해도 통쾌함이 느껴지더라고요.

바둑의 묘한 매력을 알게 됐죠."
영화에는 다양한 바둑 고수가 등장한다.

이들은 때로 전 재산을 걸거나, 목숨을 걸고 대국을 펼치며 결과에는 군말 없이 승복한다.

권상우는 "바둑은 정직한 사람들의 경기인 것 같다"며 "결과에 승복하니까 캐릭터들이 밉지 않게 나온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극 중 대사가 거의 없다.

말보다 몸과 표정으로 연기한다.

특히 투명한 돌로 무당과 바둑을 두며 팽팽한 심리전을 펼치는 대목이 압권이다.

그는 "대사가 별로 없다 보니 평면적인 캐릭터로 비칠까 봐 고민을 많이 했다"며 "데뷔작 '화산고'를 찍을 때가 생각났다"고 되돌아봤다.

권상우는 홍콩 액션 스타 청룽(成龍·재키 찬)과 같은 배우를 꿈꾼다.

"무술과 액션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재키 찬처럼 유쾌한 웃음을 주는 배우는 드문 것 같아요.

이제는 몸짱이라는 수식어보다 작품 안에 잘 녹아드는 배우라는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