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29일 서울 콘서트를 끝으로 14개월에 걸친 월드투어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세계 대중음악사를 새로 썼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더 파이널) 공연을 세 차례 열어 국내외 아미(ARMY·방탄소년단 공식 팬클럽)팬들을 비롯해 총 13만명을 모았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해 14개월동안 이어진 이번 월드투어는 총 206만명의 전 세계 BTS 팬들이 관람했다.
○빌보드 1위 ‘페이크 러브’등 열창에 관객 환호
쌀쌀해진 날씨에도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은 팬들의 열기로 공연 시작 전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콘서트 당일인 이날 이른 아침부터 모인 아미 팬들로 공연장은 하루 종일 북적였다. 팬들은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방탄소년단 사진을 찍거나 각종 체험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콘서트를 기다렸다. 입장권을 미처 구하지 못한 팬들은 혹시나 생길 여분 티켓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화려한 축포 소리와 함께 시작된 공연은 웅장한 고대 그리스 신화를 재현한 무대인 ‘디오니소스’로 포문을 열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모습을 보이자 팬들은 일제히 천둥 소리보다 큰 함성으로 이들을 맞았다. 이어 일제히 멤버 이름을 한 명씩 외친 뒤 이들의 인기곡을 따라불렀다. 객석을 꽉 채운 4만3000여명 팬들은 파랑과 보라, 빨강 등 무지개 빛깔로 변하는 공식 응원봉 ‘아미밤’을 쉬지 않고 흔들었다. 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봉을 흔들때마다 최상층 객석이 흔들릴 정도로 진동이 일었다. 방탄소년단은 ‘낫 투데이’, ‘베스트 오브 미’와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페이크 러브’ 등 준비한 히트곡들을 열창했다. 강렬한 비트에 칼같은 군무가 이어질 때마다 팬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멤버 개성 살린 솔로곡 등 풍성했던 무대 스토리
콘서트 중반은 방탄소년단 각 맴버들의 개성을 표현하는 무대로 꾸며졌다. 가장 먼저 제이홉이 솔로곡 ‘트리비아 기(起) : 저스트 댄스’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솔로곡 ‘유포리아’를 부른 정국은 무대 도중 깜짝 와이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와이어에 몸을 싣고 30m 상공을 날아오르자 팬들은 깜짝 놀라며 “정국”을 연호했다. 1996년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내한 공연을 했을 당시 리프트를 이용해 공중으로 떠오르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이어 새하얀 옷을 입고 등장한 지민이 ‘세렌디피티’를 부르자 공연장은 이내 비누방울로 가득 채워져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알엠(RM)은 리듬감 넘치는 알앤비(R&B) 스타일 곡인 ‘트라비아 승(承) : 러브’를 선보였다.
장장 3시간동안 펼쳐진 공연 속에서 장관을 만든 것은 팬들이 준비한 ‘아미밤’이었다. 노래 분위기에 맞게 형형색색으로 바뀌는 아미밤 조명을 통해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조명쇼를 연출했다. 아미밤은 ‘하트’ 문자를 만들고 때로는 거대한 파도를 연출하기도 했다.
피날레를 장식한 엔딩 곡은 ‘소우주’였다. 노래를 배경으로 국내 스타디움 단독 공연 최초로 선보인 ‘드론 라이트 쇼’가 주경기장 상공에 펼쳐졌다. 보랏빛을 띈 300여개 드론이 대우주부터 시작해 태양계를 이루고 있는 행성들을 표현한 뒤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있는 소우주인 지구를 그려내 마침내 공연장 상공에 도착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드론은 마지막에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상징 문양으로 변하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이번 드론 쇼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개막식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드론쇼를 선보인 미국 인텔사와 합작해 이뤄졌다.
○BTS 월드투어 ‘세계 대중음악 새 역사’
이날 공연을 끝으로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 셀프 월드투어’는 한국 대중음악은 물론 세계 대중음악의 새 역사를 썼다. 지난해 8월 시작해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 23개 도시에서 총62회를 공연하며 총 206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방탄소년단은 북·남미와 유럽, 아시아 등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 대륙과 금기의 영역으로 꼽히던 사우디아라비아 스타디움 투어까지 개최한 최초의 한국가수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런 전 세계적 인기 덕에 방탄소년단의 스타디움 투어는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투어차트인 ‘월간 박스스코어’와 폴스타 투어 차트인 ‘라이브75’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오는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투어 오브더 이어’부문 수상후보에도 올랐다. 한 국내 대중음악 평론가는 “이번 월드투어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투어 아티스트로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공연으로 14개월동안 세계 전역에서 ‘러브 유어 셀프’ 월드투어를 마친 방탄소년단은 팬들을 향해 “지난해 서울에서 시작한 투어를 서울에서 끝냈다”며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공연은 물론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처럼 영광스런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를 기다려준 전세계 아미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방탄소년단 리더인 알엠은 “여러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울먹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이보다 아름다운 '금의환향'이 또 있을까. 전 세계를 돌며 음악의 힘을 전파한 그룹 방탄소년단이 월드투어의 시작을 알렸던 서울로 돌아와 3일간 총 13만여 아미와 함께 마침표를 찍었다. 이들은 마지막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기약했다.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은 29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더 파이널(LOVE YOURSELF: SPEAK YOURSELF-The Final)'의 마지막 공연을 개최했다. 이는 앞서 26, 27일에 이은 세 번째 무대로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약 1년 2개월 간의 월드투어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지난해 8월 같은 곳에서 '러브 유어셀프' 투어의 시작을 알린 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 '스피크 유어셀프'로 투어를 확장, 세계 각국의 스타디움에서 한국어로 된 자신들의 노래를 불렀다. 1년 2개월 동안 서울, 미국, 브라질,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캐나다, 독일,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 음악을 매개로 국경을 제대로 허물고 K팝의 위상을 드넓혔다.총 62회 공연, 운집한 관객만 206만 명에 달한다. '러브 유어셀프' 월드투어로 20개 도시에서 42회 공연을 통해 총 104만 명 관객을 동원했고, 이어진 '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 월드투어로 10개 도시에서 20회 공연으로 102만여 명 관객을 불러 모았다.이날 공연장을 가득 메운 함성에 힘입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방탄소년단은 고대 그리스 신화를 재현한 '디오니소스(Dionysus)'로 기세등등하게 포문을 열었다. 강렬한 퍼포먼스로 단숨에 분위기를 끌어올린 이들은 이어 '낫 투데이(Not Today)' 무대를 선보였다. 한 목소리로 '낫 투데이'를 외치는 팬들의 응원과 화려한 무대효과를 바탕으로 방탄소년단은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펼쳤다.방탄소년단은 '러브 유어 셀프' 투어의 시작을 알렸던 서울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소감을 밝혔다. 진은 "이번 콘서트의 마지막을 한국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한다"며 기쁨을 표했고, 슈가는 "작년 주경기장에서 공연했던 걸 기억하냐. 꿈만 같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뷔 역시 "서울에서 시작한 투어가 다시 서울에서 끝나는 거지 않냐. 내가 검색해봤더니 이런 게 바로 수미상관이더라. 처음과 끝이 같다는 의미다. 우리의 처음과 끝을 여러분과 함께 해서 더욱더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RM도 "1년 동안 여러 곳에서 공연을 했다. 우리를 믿고 지지해 준 여러분들 덕분이다"이라며 팬 아미를 향해 고마움을 표했다."이번에는 우리가 여러분들을 찾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와 날 준비가 됐나요"(정국)남은 힘을 다 쏟겠다는 듬직한 방탄소년단의 외침과 함께 본격적인 'BTS 파라다이스'가 열렸다. 먼저 방탄소년단은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개인 무대로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재치 넘치는 무대 매너와 퍼포먼스를 강조한 제이홉의 '트라비아 기 : 저스트 댄스(Trivia 起 : Just Dance)'와 RM의 래핑이 인상적인 '트라비아 승 : 러브(Trivia 承 : Love)' 등 눈 돌릴 틈이 없는 공연이 이어졌다.공연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무대 장치도 시선을 끌었다. '유포리아(Euphoria)'를 선보인 정국은 와이어를 이용해 관객과 가까이서 소통했고, 지민은 '세렌디피티(Serendipity)' 무대에서 비눗방울을 연상케 하는 에어장치 안에서 등장해 환호를 얻었다. 특히 아름다운 춤선이 돋보이는 지민의 퍼포먼스 중에는 객석에서도 비눗방울이 부드럽게 피어올라 감동을 더했다. 객석에서는 "박지민 사랑해"라는 아미들의 외침이 터져 나왔고, 지민 역시 "저도 사랑합니다"라고 응답했다.뷔의 '싱귤래리티(Singularity)', 슈가의 '뷔트라비아 전 시소(Trivia 轉 : Seesaw)', 진의 '에피파니(Epiphany)' 등 멤버들의 음악적 역량이 돋보이는 무대 또한 강한 몰입감을 선사, 관객들을 더 강하게 방탄소년단의 세계로 끌어 당겼다.멤버 전원이 함께 꾸민 '베스트 오브 미(Best of me)',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불타오르네', '페이크 러브(FAKE LOVE)', '마이크 드롭(MIC Drop)' 등의 무대에서는 아미들의 환호성이 모여 공연장의 하늘을 갈랐고, 각양각색으로 바뀌는 아미밤이 하나가 돼 물결을 이루는 장관이 펼쳐지기도 했다. 뜨거운 열기를 증명하듯 객석은 끊임 없이 들썩였다.앵콜 전 마지막 곡 '아이돌(IDOL)'에서는 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흥이 절정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무대 이곳저곳을 누비며 즐기는 방탄소년단의 열정 만큼 폭발적인 아미의 응원이 그 누구도 표방할 수 없는 역대급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전 세계에서 모여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팬들이지만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떼창을 이뤄내며 방탄소년단과의 환상적인 호흡을 증명해냈다.'아이돌' 무대가 끝나자 객석 곳곳에서 멤버들의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어 1, 2층을 아우른 거대한 파도타기와 아미밤으로 수놓은 문구가 객석을 채웠다. 온몸으로 사랑을 표현한 아미를 위해 다시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앙팡맨(ANPANMAN)'과 '쏘 왓(So What)', '메이크 잇 라이트(Make It Right)'를 앵콜로 선사했다.이어 각자 투어를 마치는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끝'이 아닌 '시작'을 강조했다. 뷔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어차피 이렇게 큰 공연장 빌려서 아미분들 모시고 또 할 것"이라며 "그때도 와 주실 거죠?"라고 물었다. 슈가 역시 "마지막이지만 이 또한 새로운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팬 아미를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지민은 "친구한테 춤을 출 때는 다른 생각이 안 나서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서 좋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도 비슷하다.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 항상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정국도 "여러분들이 보내준 에너지 만큼, 그것보다 더 발전한 앨범과 콘서트로 보답해드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제이홉은 "늘 마지막 순간은 아쉽고 미련도 남았다. 그런데 오늘은 덜하다. 투어를 돌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운,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미들 덕분에 속 시원하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것 같다. 투어를 사랑해주신 팬분들께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했다.RM은 '러브 유어 셀프: 스피크 유어 셀프'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나를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 나도 모르겠으니 우리 같이 찾아보지 않겠냐고 해서 시작된 여정이었다. 내게 '너를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이어 "'러브 유어 셀프: 스피크 유어 셀프' 콘셉트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는 여정은 끝나지 않으니 앞으로도 함께 손을 잡고 함께 하자"면서 "여러분 덕분에 나는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 앞으로도 우리의 단 한 마디, 가사 한 줄이라도 여러분이 자신을 사랑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앞으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와도 같이 하자"며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정말 사랑한다"고 아미를 향해 속마음을 전했다.마지막 곡으로 '소우주'가 울려 퍼졌고, 하늘 위에서는 국내 단독 공연 최초로 드론 라이트쇼가 펼쳐졌다. 까만 가을밤 하늘에 보랏빛으로 펼쳐진 드론은 대우주에서 시작해 태양계를 이루고 있는 행성들을 지나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있는 '소우주'인 공연장 상공에 도착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방탄소년단(BTS)이 서울 파이널 콘서트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 SPEAK YOURSELF) 투어 콘서트를 연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팬들이 방탄소년단 현수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방탄소년단은 이날 서울 공연을 마지막으로 '러브 유어셀프' 투어 전 세계 62회 공연을 마무리한다.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새벽 4시에 일어난 장관은 5시부터 직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쌀값, 채솟값을 묻는 장관의 질문에 답하려면 실무자들은 새벽 4시에 시장을 한 바퀴 돌아야 했다. 그러고선 아침 7시에 회의했다. 모두 죽을 맛이었겠지만, 그게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보람을 느끼며 일했다. 고도성장기 경제 관료들의 활약상을 재조명한 책이 나왔다. 홍제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쓴 ‘경제 관료의 시대’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강의 기적을 이끈 고위 경제 관료 13명이 주인공이다. 식민 지배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였다. 자원도 돈도 기술도 없었다. 믿을 건 사람뿐이었다. 비록 소수였지만, 일제시대 한국과 일본에서 대학 교육을 받고 조선은행, 식산은행 등에서 일한 인재들이 있었다. 그들이 경제 관료가 돼 나라 경제를 책임졌다. 공무원들의 새벽잠을 깨운 사람은 장기영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다. 1960년대 중반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수출 주도 공업화를 이끌었다. 그는 물가를 잡겠다며 정육업자들을 사무실로 불러 호통치고 다방 주인에게까지 연락해 찻값을 내리라고 종용했다. 그런 장기영 밑에서 차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