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굿' 신화 담은 국악뮤지컬
붉은 선비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지켜야 할 네 가지 금기(禁忌)에 대해 듣는다. 하지만 이를 어기게 되면서 용으로 승천하는 데 실패한 대망신(大亡神)이 붉은 선비를 잡아먹으려 한다. 이때 선비의 부인 영산각시가 기지를 발휘해 대망신을 물리치고 산천에 굿을 올려 길복을 얻게 한다.

국립국악원은 국악뮤지컬 ‘붉은 선비’(사진)를 다음달 19~23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팔도 명산대천에 기도해 죽은 자의 넋을 기리는 ‘산천굿’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함경남도 함흥 지방의 굿거리로, 지금은 볼 수 없는 함경도의 굿과 신화가 공연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화 ‘붉은 선비와 영산각시’가 지닌 고유의 서사구조를 배경으로 깔고 국악과 무용으로 색을 입혔다. 작품은 붉은 선비와 부인으로 대변되는 인간, 대망신이 상징하는 자연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 화해를 그린다.

국립국악원은 한국의 신화에 전통예술을 접목하고 뮤지컬 형식으로 국악을 좀 더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무대 제작을 위해 2년간 공을 들였다. 국립국악원 소속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 등 4개 악단이 모두 참여해 협업에 힘을 보탠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풍월주’ ‘청 이야기’ 등으로 활약해온 연출가 이종석이 총연출을 맡고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개론’,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등에 참여한 이지수 감독이 음악을 담당한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대본을 맡았던 강보람 작가가 극본을 썼고, 당시 올림픽 개회식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인면조’ 제작자 임충일이 미술감독으로 나선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