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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트르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3중주곡 a단조(1882)에는 ‘어느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차이코프스키가 자신을 신생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로 초빙한 초대 교장 니콜라이 루빈시테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뜻으로 작곡했기 때문이다. 1악장에 그 심정이 절절하게 담겨 있다.

[음악이 흐르는 아침]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3중주곡 a단조

하지만 더 인상적인 것은 2악장이다. 주제와 11개의 변주에 이어 피날레 변주와 코다에 다시 1악장 선율이 흐르면서 애도로 끝나는 구성이다. 그 변주들이 실로 매혹적이다. 루빈시테인의 생전 멋진 삶과 러시아 음악계에 미친 다양한 공적을 예찬하듯 천변만화하는 묘미가 있다. 수준 높은 ‘성격적 변주’에는 엄격해서 지루한 부분도 있기 마련이지만 이 곡에는 그런 순간조차 없다.

변주곡의 제왕 베토벤과 브람스에 견줘도 놀랄 만한 명곡이 음악 후발국 러시아의 대작곡가 손에서 탄생한 것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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