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 버전을 합쳐 새로운 뮤지컬로 만들었습니다. 한국 관객들은 완전히 색다른 ‘빅 피쉬’를 만날 겁니다.”
오는 12월 4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빅 피쉬’ 연출가 스콧 슈왈츠.
오는 12월 4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빅 피쉬’ 연출가 스콧 슈왈츠.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연출가 스콧 슈왈츠가 뮤지컬 ‘빅 피쉬’의 재탄생을 예고했다. 이 작품은 대니얼 월러스의 원작 소설(1998)과 팀 버튼 감독의 영화(2003)로 잘 알려져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처음 제작돼 2013년 초연됐으며, 2017년 웨스트엔드 무대에도 올랐다. 국내에서는 오는 12월 4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다. 한국 공연을 연출하는 슈왈츠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브로드웨이 초연 무대가 규모가 크고 안무 등 시각적 효과가 뛰어났다면 웨스트엔드 공연은 브로드웨이 버전보다 규모는 작지만 시간에 따른 캐릭터의 변화를 더욱 정교하게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공연은 두 버전의 장점을 결합해 멋진 볼거리가 가득하면서도 이야기의 진정성에 깊게 뿌리를 둘 것”이라며 “한국 버전이 뮤지컬 ‘빅 피쉬’의 완결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슈왈츠는 영미권 공연계에서 주목받는 신진 연출가다. 2014년 디즈니 뮤지컬 ‘노트르담의 꼽추’를 새롭게 선보였고, 내년 2월 드림웍스 뮤지컬 ‘이집트의 왕자’의 웨스트엔드 초연을 연출한다. ‘빅 피쉬’를 연출하는 것은 한국 공연이 처음이다.

‘빅 피쉬’는 상상력이 넘치는 아버지 에드워드와 그런 아버지를 외면해온 아들 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평범한 세일즈맨 에드워드는 인어, 거인, 운명적 사랑 등 허황된 이야기로 동네를 떠들썩하게 한다. 윌은 그런 아버지의 허풍에 질린다. 그러다 윌은 아버지의 병세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흘려들었던 아버지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슈왈츠는 “한국적 정서와 시선으로 가족 관계를 재해석했다”며 “가족 간의 사랑이 얼마나 거대한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웨스트엔드 버전에서 강조했던 시간에 따른 캐릭터의 변화를 한국 무대에서 더 깊이 있게 다룰 생각이다. 이를 위해 청년 에드워드와 중년 에드워드를 한 배우가 연기하도록 했다. 웨스트엔드 공연에선 에드워드의 청년, 중년기를 각각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 슈왈츠는 “한 배우가 다양한 연령대의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더 극적이고 황홀한 무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 피쉬’의 무대 구성도 관전 포인트다. 과거와 현재, 상상 속 공간이 한 무대에서 펼쳐진다. 슈왈츠는 이 가운데 상상 속 공간을 강조했다. “재활용 물품을 소재로 한 정크아트 작품이 나오는 등 날것들의 물건으로 상상 속 장면들을 구현합니다. 세트 자체는 색종이를 잘라 만든 것처럼 다양한 색채로 표현했어요.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사실주의적인 현실의 공간과 상반된 모습을 잘 드러낼 겁니다.”

음악엔 미국적 색채가 강하게 담겨 있다. 기타와 밴조로 연주하는 미국 컨트리 음악인 ‘블루그래스’와 미국 남부 음악이 주로 담겨 있다. “음악만으로도 지난 10년간 나온 뮤지컬 걸작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극적이면서도 선율이 아름답습니다. 관객들이 함께 흥얼거릴 수 있는 공연이 될 겁니다.”

그는 뮤지컬 ‘위키드’ ‘피핀’ 등을 작곡한 스테판 슈왈츠의 아들로도 잘 알려져 있다. “‘빅 피쉬’의 윌과 에드워드의 관계와는 다르게 저와 아버지는 평소 가까운 사이예요. 아버지는 제게 효율적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많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번 공연은 ‘빅 피쉬’ 브로드웨이 초연에서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CJ ENM이 제작한다. 슈왈츠는 ‘빅 피쉬’를 비롯 ‘킹키 부츠’ ‘보디가드’의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온 CJ ENM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도 훌륭한 뮤지컬을 만들어 내기로 정평이 나 있다”고 소개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