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별 - 신경림(1935~)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시집 <사진관집 이층> (창비) 中

얼마 전 아침, 멋진 청재킷을 입은 할아버지와 지하철에 함께 탔습니다. 새삼 그의 눈으로 보는 이 세상이 궁금해졌습니다. 나보다 눈이 어둡고, 무릎이 약한, 그럼에도 멋지게 살아가는 한 사람이 말이지요. 하늘엔 어두워져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밝은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 은폐된 것들은 세상에 그렇게 드러납니다. 탁한 하늘에서도 빛나는 별처럼 우리의 미래는 좀 더 밝기를 소망합니다.

주민현 <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